아사다 지로의 <저녁놀 천사>를 읽었다. 어젯밤..  

낮에 자다가 뉴스를 못 봤고, 인터넷 접속도 안 하고, 아무도 전쟁 났다고 알려주지도 않고 'ㅅ'  
그렇게 밤에 편안한 마음으로 오래간만에 읽는 아사다 지로에 빠졌고, 이런저런 새록새록한 아사다 지로 감수성의 물결에 나의 감성을 맡기고, 그렇게 ..  

여섯개의 단편이 있다.  

책 이야기 하기 전에 잠깐 딴 이야기.  

여자 작가로 다시 태어난다면, 사강처럼 살고 싶고, 남자 작가로 다시 태어난다면 아사다 지로처럼 삵 싶다는 약간 얼토당토 않은 소망을 가슴 한 켠에 지니고 있다. 풉 -  

 
아사다 지로의 책을 읽고 100% 실망하는 일 같은 건, 이 전에도 없었고, 앞으로도 없을꺼라고 생각한다. 타고난 이야기꾼.  

 너무 몰랑몰랑한 걸, 하면서 읽어 나가는데 이 책은 중간에 끼어 있는 '특별한 하루' 라는 단편 하나만으로도 가치가 있는 책이다. 어우, 신파 - 하면서 이 전의 단편들을 읽다가, '특별한 하루' 역시 담담하게 읽다가, 급 울컥 해버리게 된다. 눈물도 찔끔.  

'저녁놀 천사'는 처음 나오는 단편의 제목이지만, 여기 나오는 단편들은 다 '저녁놀', '황혼', 그러니깐 인생의 황혼 말이다. 거기에 포커스를 맞추고 있다.  여러 종류의 저녁놀 이야기라고 생각하면 되겠다. 약간 신파조라는 것과 '저녁놀' 에 대입할 수 있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고, 동시에 각기 다른 개성을 지니고 있다. 

견실한 회사의 영업부장인 주인공의 정년퇴임 날이다. 저자는 그 날의 풍경을 아주 꼼꼼히 묘사한다.
주인공은 40년간 일해왔던 회사에서의 마지막 날을 특별한 날로 만들지 않겠다고 다짐 다짐하며 마지막 출근을 했고, 거의 지켰다고 생각하며, 마지막 귀가를 하게 된다. 중간에 가족과 함께 보내겠다며, 미안하고, 그 동안 수고했다고 하는 아들의 문자를 받기도 하고, 존경하는 전임 호랑이 사장의 문자를 받기도 한다. 중간의 재미있는 이야기는 패스하고, 이야기는 지금까지 인류 발전의 그 어느 순간보다 성숙한 의식적 진화를 이루어낸 인간. 이라는 중간 이야기를 상상하기 힘든 ㅎㅎ 그런 결말이다.  

여튼, 이 단편의 제목은 '특별한 날' 이고, 이 작품에 나오는 문구 '오늘을 특별한 날로 만들지 않는다' 가 오늘따라 왠지 더욱 와닿았다.  

 ㅇㅇ者 시리즈 마지막 (맞나?) <도망자>를 읽었다.  읽고 있다. 결말만 남겨두고 있다.
오리하라 이치의 이 시리즈는 좋아, 좋은데, 반전까지 가는 길이 너무 피곤하다. 너무 길다는 말이다. 중간에 지루하거나 한 건 아닌데, 그렇다고 단숨에, 페이지 넘어가는게 아깝다거나 할 정도로 재미난 것도 아니다.  결말은 늘 예상을 한 끗발 비껴난다. 약간 분하다. 그래도 작가는 어디까지나 페어하니깐, 화나거나 하는 것도 아니다.  

<도망자>는 살인을 하고, 얼굴을 바꾸며 도주하는 여자의 이야기이다. 라는 것 까지는 알고 책을 읽기 시작했는데, 예상과 다른 포인트에서 재미나다.  

이 여자가 운이라곤 억세게 없다. 이 패를 뽑아도 꽝, 나머지 패를 뽑아도 꽝, 그런 느낌이라는 독백조의 이야기가 나오기도 한다. 근데, 악운은 있다. 그래서 말도 안 되게 안 잡히고, 도망 다닌다. 일본의 거미줄 같은 철도망을 이용해 기차를 타고 북쪽으로, 북쪽에서 다시 남쪽으로, 왔다 갔다 하며 은퇴한 형사와 폭력남편을 피해 도망간다. 사력을 다해 본능적으로다가  

처음 이 여자가 도망치며 하는 각오가 웃기다. 남편을 증오해서, '살인자 부인 꼬리표 평생 달아라' 며 소심한 복수의 의미를 더한다. 말주변이 좋고, 남의 말을 잘 들어줄 줄 알아 호감을 사는 여자는 도망쳐서 자리잡는 곳마다, 함께 했던 사람들에게 '그럴 사람이 아닌데' '도망쳐, 힘내, 응원할께' 이야기를 듣는다.  .. 직접 듣는 건 아니고, 그들과 인터뷰 하는 '누군가'에게 그들은 그렇게 이야기한다. 정작 여자는 급도망치느라 이별은 예고도 없고, 순식간이다.  

오리하라 이치의 자 시리즈 내도록 나오는 '듣는이'가 있다. 등장인물들(주인공을 포함해서)이 그 '듣는이' .. 아마도 르포작가? 에게 이야기하는 형식으로 이야기는 진행된다.  

생각과는 다르지만, 생각보다 재미있게 읽고 있다. 결말이 중요한만큼, 600페이지 가깝게 열심히 읽어낸 보람이 있기를.  

<행방불명자>는 별로 읽을 마음 없고
<원죄자>는 꽤 좋았고
<실종자>는 지루함이 반전이나 이야기보다 강했고
<도망자>는 생각보다 재미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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