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 |
"근데 아빠"
"응?"
"나, 고타이 엄마랑 설에 둘만 있었잖아. 그때 나한테 왕따 당하면... 도망가도 된다고. 정말로 힘들면 도망가도 전혀 상관없다고. 그리고 이 동네엔 도망간 사람을 쫓아올 정도로 본성이 악한 아이는 없다고 했어. 또 제일 좋지 않은 것은 도망갔는데 도망가지 못했다고 도망갈 수 없었다고 생각하면 그건 이미 아웃이고, 죽고 싶을 정도로 힘들어진다고...."
"그렇지."
나는 조금 강하게 말했다. "정말로 그래." 하고 나 자신에게 말했다.
오사무를 도망가게 해주면 되었다. 오사무가 도망가고 싶어 한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우리는 모른 척했다.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대하려고, 가슴속에 벽 하나를 남긴 채 오사무를 맞아들인 셈이 되어 결국 녀석이 도망갈 길을 막고 말았다. 그 무렵엔 도망가지 못하게 하는 것이 우정이라 믿었다. 도망가선 안 된다고 믿고 있었다.
하지만 30대도 종반에 접어든 지금 난, 진노도 가메야마도 마찬가지이겠지만, 알고 있다. 도망가지 않으면 어떻게도 할 수 없는일이 많다는 것을. 겁쟁이나 비겁자라 불려도 도망갈 수밖에 달리 길이 없는 일은 분명히 있다.
우리는 어른이 되고 나서 몇 번을 도망쳐왔을 것이다. 자기는 한 번도 없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다면 나는 우와 대단하시네요. 하고 감탄하고 그 사람과는 절대 친구가 되지 않을 것이다.
|
|
| |
|
 |
착한 소설이다. 어루만져주는 소설이다. 이 소설 태어난 보람이 있겠군.
도망가도 된다고 말한다. 정말 힘들고, 도망갈 수 밖에 없으면, 도망가도 괜찮아. 라고 말해준다.
너무 자주 도망가도 문제지만,
무언가를 저지르고, 도망가고 싶은 마음과 맞서 싸우고 싶은 마음이 투닥거린다. 게으름이 도망가고 싶은 마음의 손을 들어줄 때, 도망가버린다.
자괴감으로 남을 수도 있지만, 그렇게 자괴감이 쌓이는 것 또한 인생일 것이다.
도망갈 수 밖에 없는 상황이나 실수를 만들지 않았지만, 다행히도 말이다.
가만히 곰곰 생각해보면, 내가 주로 도망가는 곳은 '망각'이라는 곳이었어서, 지금의 나는 이미 몇번이고 제발로 도망 쳤던,
도망가도 괜찮음을 아는 그런 어정쩡한 어른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당신, 당신도, 도망가도 괜찮아요. 너무 힘들다면.
<열구>의 요지처럼, 교코처럼, 언젠가는 다시 돌아가고 싶은 생각이 드는 곳이 틀림없이 있을꺼다.
돌아갈 마음이 드는 그 때, 돌아가기로 하고, 지금은 너무 힘들어하지만은 않기로 하자.
그러니깐, 언젠가 훗날 도망가고 싶어질 때를 위한 보험의 페이퍼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