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의 물레 환상문학전집 33
어슐러 K. 르귄 지음, 최준영 옮김 / 황금가지 / 2010년 4월
평점 :
절판


이것은 꿈이야기이다. 악몽일 수도 있고, 그냥 꿈일 수도 있다. 꿈과 악몽을 결정하는 것조차 모호한 이야기이다. 평범한 남자 주인공 조지 오르. 그의 평범은 남다르다. 그의 평범은 중용이다. 수동적인 중용을 견지하는 조지 오르. 그가 잠을 자지 못하는 이유는 그의 꿈 때문이다.  

어느 순간부터, 그가 꾸는 꿈이 현실로 일어나 있다. 예지라던가 그런 예언자적 이야기가 아니라, 그가 꾸는 꿈이 현실로 바뀐다는 신적인 이야기이다.  

꿈으로 만들어진 세상은 '나'의 꿈, '나'의 '무의식'이지만, 내 편이 아니다.

꿈을 쫓기 위해 약을 과다복용하다가 정신과 치료를 받게 되고, 산인지, 말인지. 꿈연구자인 하버는 그의 능력을 알고, 세상을 더 낫게 하기 위해 그것을 이용하려고 한다.  

그렇게 세상이 바뀌어 간다. 조지 오르의 꿈에 의해.  

'지구 상에 전쟁이 없어졌으면 좋겠다.' 고 꿈을 꾸자, 달나라에서 외계인과 전쟁을 하게 된다.
'달나라에 외계인도 없어요.' 라고 암시를 준다면?  

오르와 하버도 충분히 개성있는 캐릭터이지만, 나타났다 사라졌다, 갈색인간이었다가, 회색인간이었다가.. 그들의 꿈과 대분열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는 '흑거미' 같은 여자, 르 라쉐 캐릭터가 이 작품에서 특히 인상적이다.
변호사로 자신의 사무실에 '독을 품고 앉아있다. '단단하게, 반질거리며, 둑을 품고, 기다리고 기다렸다.'  

그녀의 거미줄에 걸린 '타고난 제물' 오르
'머리카락은 어린 계집애의 것처럼 갈색에 섬세했고, 금발의 턱수염이 조금 났다. 연약하고 하얀 피부는 물고기의 배같았다. 순하고 온화하고 말을 더듬거렸다. 제길! 그를 밟으면 우두둑 소리조차 나지 않을 듯했다.'  

오르는 어떻게건 자신의 꿈이 현실을 바꾸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버 박사가 암시하는 꿈을 꾸게 되는 것은 자신의 이성이 아니라 무의식의 세계이고, 그 무의식은 길들일 수 없는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좋게 바꾸기 위해 바꾸는 것' 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인간은 짐작할 수 없다고 믿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의 믿음대로 세상은 좋아지고, 또 나빠진다.

르라셰가 오르를 이해하게 되지만, 그녀가 할 수 있는 일은 없다. 
  

세상을 더 낫게 하려는 하버박사와 그 수단으로 이용되는 꿈꾸는 오르. 세상을 더 낫게 하려는 '욕망'은 끝이 없고, 끝이 없는 욕망에는 끝이 있다. 아주 나쁜 끝이. 

280쪽 정도의 많지 않은 분량인데, 주제는 무겁고, 이야기는 재미있다. SF. 는 아는 만큼 읽는다.   



  

 ※ 오타

87쪽 중간 '그것이 성공에 문제였다.' -> 그것이 성공의 문제였다. or 그것이 성공에 따르는 문제였다.  

118쪽 중간 ''조취를 취해야' 한다. -> 조치를 취해야 한다 
(얼마전에도 신간 중에 조취. 라고 한 오타 찾았는데, 왜 자꾸 조취래; 조취는 누린내가 조취지. 초딩같은 실수를 연거퍼 보니 짜증나네, 편집자건 교정자건 번역자건, 에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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