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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골의 도시 - 판타스틱 픽션 블랙 BLACK 3-8 ㅣ RHK 형사 해리 보슈 시리즈 8
마이클 코넬리 지음, 한정아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0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그러고보면, 해리 보슈가 우리나라에 소개된 것이 두 번째인데 어쩌다 보니, 이 책을 먼저 읽게 되었고, 이 책은 해리 보슈 시리즈 8번째, 그리고, 먼저 소개 된 <시인의 계곡>은 해리 보슈 시리즈 10번째이다. (마이클 코넬리 작품 연보 참조)
시리즈물을 순서대로 읽지 못하는 것은 참 거시기하지만, 해리 보슈를 알게 된 것으로 만족하기로 한다. 1년에 한 번씩 꾸준하게 책을 내는 마이클 코넬리, 해리 보슈 시리즈는 2010년 현재 16번째까지 나와있다. 랜덤하우스같이 큰 출판사에서 순서대로 다 내주면 좋으련만.
각설하고, <유골의 도시>로 들어가면, 개가 아이의 뼈를 물어왔다고 신고가 들어온다. 전직 의사인 신고자는 아이의 팔 뼈, 상박골이고, 아이의 뼈가 확실할뿐 아니라, 그 아이는 학대당했다는 것까지 이야기한다. 보슈를 유난히 우울하게 하는 어린이 관련 사건에 관한 스토리가 이 전 시리즈에 있는지 모르겠다.
유골 사건을 조사하던 중 근방에 사는 사람이 오래전 소년을 성추행한 혐의를 받았었다는 것을 알게 되고, 방문하게 되는데, 성범죄자로 낙인 찍힌 그는 뉴스에 그의 과거 성추행 사실이 밝혀지고, 회사에서 짤리는 등 수모를 겪게 되자 자살하고 만다.
사건을 조사할수록 자살한 트랜트는 범인이 아니고, 제보전화로 실마리를 찾아 희생자의 신원을 밝히고, 학대당하다 살해한 가족을 찾게 되는데...
처음 유골 사건 조사를 나가던 날 보슈는 쥴리아라는 신참 경관을 만난다. 변호사였던 그녀는 어느 날 법무법인을 박차고 나와 세계 각지를 여행하다가 늦깎이 경찰이 된 신입이었다. 둘은 서로에게 끌리고 만나게 된다. 뒤로 가면, 나중에 밝혀지는 그녀의 채워지지 않는 바람. 비뚤어진 욕망(?)은 무척 허망하다.
해결이 되어도 해결되기 전에 비해 죽음들과 희생만 남게 되는 사건. 그런 사건들이 조금씩 보슈의 영혼을 갉아먹었으리라. 그렇게 보슈는 이 책의 마지막 장에서 큰 결단을 내린다.
보슈를 우러러보며, 보슈같이 세상을 변화시키는 영웅이 되고 싶다고 말하는 쥴리아. 그러나 정작 보슈는 형사란 직업은 밑 빠진 양동이를 들고 범죄의 강에서 범인들을 길어올리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을 계속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것은 무엇일까.
사건은 찜찜하기 그지없지만, (사건 그 자체도, 결말도)
어느날 튀어나온 아이의 뼈. 그 뼈를 발굴하는 현장을 '유골의 도시'라고 부른다. (현장을 작은 도시라고 부르는 관행에 따라 이름 붙임) 뼈에 대한 이야기도 많이 나오는데, 그 중 뼈 전문가인 인류학자 골리어의 말과 그에 대한 보슈의 대꾸가 의미심장하다.
"난 유골을, 생명체의 틀을 연구하는 사람이에요. 그리고 난 인간에게는 피와 세포조직과 뼈 이상의 무언가가 있다고 믿고 있어요. 우리를 잡아주고 지탱해주는 무언가가요. 내 안에는 나를 잡아주고 지탱해주고 일을 계속하게 만드는 무언가가 있어요. 엑스레이로는 절대로 볼 수 없는 무언가가요. 그래서 내 마음속 믿음이 자리한 바로 그 자리가 비어 있는 사람을 만나면 걱정이 되어 죽겠어요."
보슈는 오래도록 그를 바라보았다.
"그건 박사님 생각이 틀렸어요. 난 믿음과 소명의식을 가지고 있어요. 그걸 푸른 종교라고 불러도 좋고 다른 뭐라고 불러도 상과없어요. 그건 이 사건을 이대로 놔두진 않겠다는 믿음이에요. 그 유골들이 땅에서 튀어나왔을 때는 뭔가 이유가 있을 거라는 믿음이죠. 내가 찾아내도록, 내가 뭔가 바로잡아주도록 하기 위해서 튀어나온 거라는 믿음이에요. 그리고 그 믿음이 나를 잡아주고 지탱해주고 일을 계속하게 마들고 있고요. 그리고 이것도 엑스레이로는 절대로 볼 수가 없죠. 아시겠어요?"
그는 골리어를 노려보며 대답을 기다렸다. 그러나 인류학자는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