콰이어트 걸
페터 회 지음, 박산호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0년 2월
평점 :
절판


페터 회의 이야기는 늘 신기하다. 이번엔 또 얼마나 신기할까, 기대를 잔뜩하고 봐도, 늘 기대 이상이다. 그런 이유로 <콰이어트 걸>은 지금까지 페터 회의 책 중 최고였다.  

주인공 카스퍼는 아주 유명하고 능력있는 광대다. 집안은 간단히 말하자면, 서커스 집안. '광대'라는 것에 왠지모를 경외감을 늘 지니고 있다. 책 속에서 여자들은 광대에게 반할 수 밖에 없는 숙명을 지니고 있다. 그가 광대이기만 한 것은 아니다. 그는 광대이자 히어로이다. 지구의 악을 물리치고 소녀를 구하는. 그가 가지고 있는 능력은 수퍼맨의 팬티도 아니고, 베트맨의 차도 아니고, 스파이더맨의 거미줄도 아닌, '귀'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청력'이다.  

'듣는 능력'으로 얼마나 전능하게 많은 걸 할 수 있는지, 이 책을 보면 놀라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게다가 그는 광대.  

바흐를 좋아하는 인간의 능력을 초월한 청력을 가진 광대 카스퍼는 그를 찾아온 소녀, 클라라를 구하기 위해 어느 하드보일드 주인공 못지 않게 줘터져 가며, 실종된 소녀를 찾기 위해 노력한다.  

카스퍼의 청력이 놀라운 것은 카스퍼의 세계를 창조해 낸 작가, 페터 회가 공감각능력을 지니고 있지 않을까 추측하게 한다. 공감각능력을 가지고 있는 많은 사람들이 그렇듯이 (칸딘스키!) 페터 회가 천재라는 나의 믿음이 증명되는 순간이다. 짝짝짝  

지금까지의 그 어떤 책들보다 더 환상적이고, 음악적이며, 서커스 같고, 묵직하면서 끝은 갑자기 나락. 어리둥절.  

사실, 지난번에 읽었던  '경계에 선 아이들'서부터 좀 어렵기는 했다. 두 번은 읽어야지. 리뷰라도 쓸 수 있지 않을까 싶었지만, 이 책, <콰이어트 걸>을 읽는 며칠동안의 몽롱함을 다시 반복하기엔 휴식이 필요하다.  

그래서. 카스퍼는 페터 회 <여자와 원숭이>에 나왔던 원숭이보다 더 독특하고 괴상하고 묘한 캐릭터들을 만들어 내는데, 블루 레이디라는 흑인 수녀라던가, 마리아 원장님이라던가, 카인이라는 히틀러 비슷한 마음을 가진 테러범 같은 역할을 하는 용병(?)이라던가, 목에 지그재그로 흉터가 있는 운전사라던가... 카스퍼의 아버지 막시밀리안, 그를 사랑하는 비비안, 카스퍼가 사랑하는 스터나, 소녀 클라라, 등등  

돌이켜보니, 그 괴상한 사람들의 괴상한 이야기를 참 위화감도 없이 잘도 읽었다 싶다.  
이건 어쩌면 페터 회 식의 서커스, 히어로 이야기, 아이를 구하는.  

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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