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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방의 기사
시마다 소지 지음, 한희선 옮김 / 시공사 / 2010년 3월
평점 :
품절
그간 시마다 소지의 작품들에 워낙 학을 때서, 아직 별로 다시 좋아해줄 마음이 냉큼 드는건 아니지만, 이 책은 여러모로 의미 있는 책이다. 홱 돌아섰던 마음을 어느 정도 돌려 놓았다고나 할까. 좋았던 것이 싫어지는 것에 비해 싫었던 것이 좋아지는 것이 얼마나 쉽지 않은가.를 생각하면, 꽤 괜찮은 작품이었다고 이야기할 수 있을지도.
이 책에서 몇 가지 눈여겨 볼 점들을 먼저 이야기하면 '독자선정 최고의 미타라이 시리즈 1위' 2위는 <점성술 살인사건>이다. 초반부터 미타라이의 똘끼를 제대로 볼 수 있다. 반갑습니다! 거의 후반까지 미스터리 소설의 느낌이 거의 아니다. 띠지에 신본격 소설의 거장 어쩌구 한 건 독자를 낚는거임. 난 시마다 소지의 초기 소설이라고 해서 (시마다 소지의 두번째 소설인데 작가가 '까먹고 있다가' 25번째로 나왔다고 한다.) <점성술..>처럼 본격 미스터리인줄 알았잖아. 제목 <이방의 기사>는 칙 코리아의 '로맨틱 워리어' 라는 곡에서 따 온 제목이기도 하다. 뭔가 책을 다 읽고 나면 꽤 멋진 제목이라고 느껴진다. 시마다 소지가 칙 코리아의 이 음반을 워낙 좋아한다고. 음악에 대한 이야기가 중간중간 꽤 나온다. 하루키가 재즈 이야기하듯이 말이지. 시마다 소지가 그랬던가. 싶을 정도로.
뭐 이 정도. 아, 작가가 후기에 미스터리 소설이 아니라고 까지 이야기하고, 사소설적인 부분이 있다고까지 이야기하니, '본격 미스터리'를 기대하면 곤란. 그렇다고 미스터리가 전혀 없는건 아니지만.
한 남자가 공원 벤치에서 깨어난다. 차키를 들고, 주차된 차를 찾는데, 어디에 차를 세워 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왜 이 곳에 차를 세워 두었는지도 기억나지 않는다. 자신의 얼굴도, 이름도, 기억나지 않는다. 패닉 상태에 빠져 있는 이 기억상실 남자로부터 이야기가 시작된다. 밤거리를 헤매다가 이번에는 강한 기시감을 느낀다. 젊은 여자가 남자에게 맞고, 자신에게 기대고, 그 여자와 도망가게 되는 미래가 보인다.
그리고 그 여자, 료코와 그는 서로 알콩달콩 사랑하며 살게 된다. 는 이야기.
이래뵈도 재밌다. 흐흐
공장에서 일하는 그는 집에 오는 길에 있는 미타라이의 점성술집에 들르게 된다. 한 번, 두 번, 매일같이.
그렇게 괴짜 점성술가와 인연을 맺게 되고, 료코가 숨겨두었던 자신의 면허증을 발견하고, 자신의 과거를 찾아가게 된다.
고민고민 후 찾아간 면허증의 주소, 자신의 엄청난 과거를 알게 된다.
그럭저럭 재미있게 읽다가 마지막 열몇장에서 이 책은 드디어 진정한 의미를 가진다. 사건의 해결은 뭐 시시할 수 있겠지만, 난 이 책의 결말이 맘에 든다. 이 책에 나온 미타라이가 맘에 든다.
그대는 도시의 로맨틱 워리어,
이방의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