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오마메 씨는 그뒤의 인생을 내내 외톨이로 살아가야 해. 이 세상에 단 한 사람, 자기가 좋아한 사람과 맺어지지도 못한 채. 그런 생각을 하면 두렵지 않아?
아오마메는 잔 속의 붉은 와인을 바라보았다. "두려울 수도 있겠지. 하지만 적어도 내게는 좋아하는 사람이 있어."
"설령 그 사람이 아오마메 씨를 좋아하지 않는다고 해도?"
"단 한 사람이라도 진심으로 누군가를 사랑할 수 있다면 인생에는 구원이 있어. 그 사람과 함께하지 못한다 해도."
단 한 사람 아니고, 단 한 고양이는 안될까요? 단 한 수컷은?


잠깐이라도 눈을 붙일까, 밤을 샐까. 잠깐 고민하다가
밤고민, 잠고민하고 있다는 걸 금새 까먹고, 1Q84를 읽기 시작했다. 아, 1Q84의 Q가 question의 Q였구나.
과격단체 이야기가 나오니 1960년대가 배경이던 오쿠다 히데오의 <올림픽의 몸값>과도 어쩐지 좀 연결되는 듯하다.
<1Q84>에 대한 지금까지의 내 소감은
'소설 쓰고 있네' 로 시작해서, '도대체 무슨 이야기를 하려고 그러는거임?' 에서 지금쯤은 이런거 저런거 생각 안 하고 제법 몰입하고 있는 중이다.
아오마메 푸른콩과 덩치 크고, 귀가 꾸깃꾸깃한 덴고에게.
처음에 벌려 놓았던 여러가지 이야기들이 퍼즐 맞추듯 하나씩 맞춰져 나가는것을 읽는 것이 기분 좋다. 동생은 이 책을 세시간 정도 걸려 1,2권을 다 읽었다. 지 입으로 지 책 읽는거 빠르다 빠르다 했는데, 진짜 빠르네. 난 도저히 그렇게 못하겠구만. 동생의 감상은 독특하다. 막 읽히고, 감상 듣고 싶은데, 워낙 책을 안 읽어. 군대 있을 때는 많이 읽더니 말이다.
스포를 좋아하는 나는 (스포도 괜찮아. 아니고, 스포를 좋아한다. 웬만한 영화나 책도 결말을 찾아보고 보는 것을 좋아한다. 인생에는 스포가 없어서 아쉽..) 동생이 책 읽으면서 왔다리갔다리하며 반전이 있어. 아오마메랑 덴고는 이러이러한 관계야, 등등등 이야기한 것을 책 읽으면서 하나하나 건져내고 있다. 음. 그랬구나. 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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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 정리는 눈에 보이게 되고 있고, 아하하, 책정리도 왠지 슬금슬금 빠르게 될 것 같은 기분이다. 이번엔 소장 리스트도 적어놓아야지. 책을 줄이는 방법은 (난 지금 책장을 하나씩 줄여나가려는 야심찬 계획을 세우고 있다. 야심만만 으쌰- )
의식적으로, 아주 노력해서, 책을 사지 않는거다. 보통 사람들은 한 번의 결심으로 될 것을, 나같은 중독자는 아주 많이 노력해야 이룰 수 있다. 안덜 살 수 있다. 책정리는 읽는대로 거의 하고 있으니깐, 책만 덜 사면 분명 책은 줄 수 밖에 없다. 책 뿐만 아니라 모든 걸 덜 사고, 많이 버리고. 그렇게 짐을 줄여 나가는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