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의 속도
엘리자베스 문 지음, 정소연 옮김 / 북스피어 / 2007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작품 속에서 루에 의해 이야기 되고 있는 '어둠의 속도'는 엘리자베스 문이 자폐인 아들에게 들었던 이야기이고, 이 작품의 소재이자 주제가 되었던 이야기이다.  

어느 날, 아들이 들어와 문틀에 기대 물었어요.
"빛의 속도가 일 초에 삼십만 킬로미터라면, 어둠의 속도는 얼마에요?"
저는 일상적인 답을 했죠.
"어둠에는 속도가 없단다."
그러자 아들이 말하더군요.
"더 빠를 수도 있잖아요. 먼저 존재했으니까요."  

자폐에 대한 이야기인줄만 알았는데, 다 읽고 나니 SF란다. 자폐에 대한 소위 '정상인'의 무지와 무관심을 독자인 나 자신이 제대로 드러낸다고나 할까. 작품의 설정은 근미래, 자폐가 완전히 치료가능한 시점이다. 주인공인 루와 루의 동료들은 과도기의 자폐인으로 그 후에는 자폐인 없고, 그 전에는 루네만큼 사회적응이 힘든 자폐인들이 대부분인 그런 시점에서의 인물들이다. 루보다 먼저 태어나서 치료의 혜택을 받을 수 없었던 알드린의 형 제임스가 같은 시간대 속에 존재한다.  

이 작품의 가장 아름다운점은 '다름'에 대한 '이해' 일 것이다. 늘 '자폐'로, 남들과 다른 점들로 차별받는 루의 시각으로 보는 정상인들의 모습. 생각하는 대로 행동하는 루에게 비합리적이고 모순투성이인 정상인들의 모습은 사실 그와 같은 모순이 특징이고, 아름다운 점이라고 생각하지만. 그와 같은 점을 분명히 인식하는 루의 모습도 그의 '완벽하고 흠없는' 사고 또한 우리가 가지지 못한 점이기에 매력적이다.  

자폐가 소설이나 영화에서 묘사되는 경우는 '자폐인의 천재성'이나 '주변 사람들의 헌신적인 희생' 정도여서, 자폐인에 대한 일반인의 시각을 왜곡시키는 면이 있다. '전혀 낭만적이지 않은' 자폐인과 함께 살기.에 대한 이야기가 책 말미, 엘리자베스 문 인터뷰에 나와 있기도 하다. 이 작품에 나오는 루 에런데일 역시 매력적인 자폐인이다. 남한테 피해주지 않기 위해 노력하는 얌전하고, 조용한 '천재' . 소설이나 드라마나 영화에 나올법한 그가 여러가지 장애물을 넘으면서 '변화'하고, 그 '변화'의 마지막에 '치료'라는 '모험'을 상대하게 되는 점이 내게는 이 작품에서 가장 매혹적인 부분이었다.  

루의 시각으로 루의 이야기, 루가 보는 사람들과 세상 이야기가 주된 이야기이지만, 그 속에서 보는 다양한 인간군상에 대한 이야기도 재미있다. 조연들도 생생한 캐릭터들이고, 이야기는 뻔한듯 뻔하지 않게 진행되고 있다.  

'다름'을 받아들이는 것이 늘 왜 쉽지 않은걸까.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자폐인과 비자폐인이건, 비자폐인들의 생활 속에서건, 우리는 늘 그 부분에 어려움을 겪는다. 자폐인들이 사회생활,대인관계에 어려움을 겪는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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