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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행인의 귀향 ㅣ 에스프레소 노벨라 Espresso Novella
로저 젤라즈니 지음, 김상훈 옮김 / 북스피어 / 2010년 1월
평점 :
절판
북스피어의 이 시리즈는 여러가지 면에서 실망스럽다.
그러나 작품은 좋다.
120페이지의 중편분량인 <집행인의 귀향>은 로저 젤라즈니의 'My Name is Legion' 3부작 중편집의 마지막편이다.
"The Eve of RUMOKO" 'Kjwalll'kje'k'koothai'lll'kje'k" (오타가 아니라 정말 제목이 이렇게 써있음;)
그리고 마지막 작품인 "Home Is the Hangman"(집행인의 귀환) 이 북스피어 에스프레소 누벨라의 0번으로 소개된 작품.
휴고상과 네뷸러상 수상작이기도 하다. 마지막편만이 수상작이고, 첫 두편에 비해 뛰어나다고 해도, 한 권에 들어있는 연작 중 마지막만 보는 건 좀 아쉽긴 하다. (이 작품이 SF잡지에 단독으로 게재되긴 했었다만, 그래도 주인공'나' 의 배경 같은건 앞부분에 나오는데 말이다.)
120페이지 정도의 짧은 분량이고, 실물을 보면, 그 얇다라한 브로셔스러운 책을 7700원 주고 샀다는 것에 충격 받지만,
내용은 가볍지 않다.
원제 'Home is the Hangman' 의 Hangman은 일반적으로 (교수대)집행인의 의미이나, 이 작품에서는 줄에 매달려 움직이는 꼭둑각시 hangman의 중의적 의미도 가지고 있다.
뒷면 해설에는 폴 윌슨의 <다이디타운>과 같은 근미래 탐정물로 분류될 수 있다고 하였는데 시스템, 빅브라더, 센트럴뱅크의 기록에서 벗어나 있는 주인공 '나' 의 이야기는 올슨 스콧 카드의 <엔더의 게임> 시리즈를 떠올리게 하는 가볍지 않은 사유와 철학을 담고 있다.
그렇기에 작품이 짧더라도 서점에 서서 쉬이 읽을 수 있는 내용은 아니고, 그렇기에 해설이나 주석에 좀 더 신경을 써 줬더라면 좋았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강하게 든다. 솔직히 중간에 카를 만하임에 대한 이야기 나오면서 채소파, 땜장이파 하는 부분은 어리둥절해서 포스트잇 붙여 놓고 넘어갔다.
줄거리는 이렇다.
2차 세계는 '세계를 복사하다시피' 한 프로그램으로 '센트럴 데이터 뱅크' 프로젝트가 돌아가고 있다. 이 프로젝트에서 빠진 '나'는 2차 세계에서 불법체류자 같은 모양새로 생활하고 있다. 세계에서 두번째로 큰 탐정 사무소의 운영자인 돈에게서 의뢰받은 건은 과거 실패한 프로젝트였던 텔레팩터, 행맨에 대한 것이다. 텔레팩터란 인간이 원격조작하는 기계이고, 행맨은 여러가지 믿을 수 없이 뛰어난 기능을 가지고 있는 '인공지능' 텔레팩터이다. 헹맨 프로젝트는 헹맨이 맛이 가면서 실종되고 실패한 프로젝트로 분류되는데, 헹맨의 우주선이 지구에 불시착한 기록과 그의 네 명의 조작자 중 한 명이 살해당하는 일이 생기자, 조작자 중 한 명인 국회의원이 자신들의 보호를 탐정 사무소에 요청한 것.
각각 과학자, 심리학자, 정치가인 나머지 세 명을 찾아다니며 헹맨에 대하여 캐기 시작하고, 그와 비슷하게 그들은 죽임을 당한다. 일을 의뢰한 정치가에게까지 가게 되고, 헹맨이 그들을 죽이는 이유에 대해 듣고, 그들은 헹맨을 맞이하게 되는데..
지극히 단순한 이야기 구조에 무거운 사유가 담겨 있는 책이다.
실물은 이렇다. 앞으로 어떤 식으로 에스프레소 누벨라 시리즈가 진행될지 모르겠지만, 7,700원이라는 가격은 부담스럽다.
빳빳한 표지를 빼고는 주석도, 해설도, 해설의 해설도, 서문도, 종이질도 맘에 안 든다. 근간이나 후의 레파토리에 대한
정보도 전혀 없다. <영원의 아이>를 3년째 곧,곧, 그러고 준비하고 있는 출판사이니, 뒤에 어떤 책이 나올 거라고 이야기하는 것이 의미 없을지 모르지만, 이왕 전집으로 내고, 매니아들을 (일반인들이 쉽게 접할 수 있는. 이라고 했지만, 어딜 봐서 이 책이 그렇다는 건지 ^^; 로저 젤라즈니의 책을 여덟번째 읽는 나도 쉽지 않구만) 끌어들일꺼라면, 근간 레파토리로라도 좀 현혹시켜 보든가.
급하게 산 것이 후회 막심이고, 오래간만에 책 사고 돈 아깝단 생각도 좀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