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교보 바로드림으로 바쿠만 신간과 로저 젤라즈니의 <집행인의 귀향>을 사왔다.
실물을 봤다면 안 샀을지도 모를 <집행인의 귀향>의 실물을 뒤늦게 공유하고자 글을 쓴다.
아.. 저 666원짜리 책의 반의 반도 안 되고, 만화책과 같은 크기의 저 날씬한 책을 보라지.
책의 글자수랑 가격이랑 비교하는 후진 짓은 잘 안 하지만, 저 책이 7,700원이라는건 좀 생각해봐야겠다.
북스피어는 꽤 많은 시리즈를 진행하고 있다.
일단 내가 알고 있는것만 해도 '미야베월드'(+ 미야베월드2막), '221B 시리즈( 홈즈로 시작해서, 매니아들이나 좋아할법한 일본작가의 책으로 두번째 시리즈가 나온건 아는데, 그 후로 어떻게 되었는지는.. 알라딘 책정보에는 이 시리즈의 존재조차 소개되고 있지 않을 뿐이고.), '파일로밴스 시리즈' 그리고 이제 '에스프레소 노벨라' 시리즈
'전집이 출판사의 철학을 보여주는 데 용이하고 독자의 시선을 끌기가 쉬운 측면이 있으며,무엇보다 안정적인 매출을 기대할 수 있다. 여기에 일관성 있는 판형과 디자인으로 제작비를 줄이면 경쟁력 있는 정가를 매기는 일이 가능하다.'
'이 점을 착안해서 장르를 처음 대하는 독자들도 부담없이 대할 수 있는 전집을 만들어 보기로 했다.' 고 하는데,
저기요, 제가 매니아는 아니지만, 책 많이 사고, 장르문학 좋아하고, 젤라즈니 책 앰버 연대기 외에도 원서로 몇 권 구비해 둘 정도이고, 국내에 나온 젤라즈니 책은 다 있는 데, 이 책, 이 가격 부담스럽거든요?
Novella. 중편 분량의 소설 전집은 어떨까. 입이 딱 벌어질 대작들과 도통 써먹어야할지 모르겠는 값비싼 장정의 도서들이 엄청나게 쏟아지는 오늘, 일단 분량면에서 만만해 보인다. 분량이 만만한만큼 상대적으로 가격부담도 적다. 가령 젤라즈니의 중편을 내면서 뒤쪽에는 젤라즈니에 관한 다양하고 이해하기 쉬운 정보를 덧붙인다면, 얼마나 대단한 작가이며 어떤 작품부터 읽으면 좋을지. 성향 또는 취향을 가늠할 수 있는 정보들. 작가론이라고 해도 괜찮겠다. '
책 내용은 120page, 서문에서 이야기했듯 대단한 해설이 있는 것도 아니다. 세계문학전집과 비교할 바는 못되지만, 요즘 너도나도 전집해설이 아주 그냥 무슨 논문 수준인데, 이 정도의(한장의 역자해설, 뒤에 붙어 있는 다섯장 정도의 편집장 '해설의 해설'. 내가 평소 임지호 편집장님의 글을 좋아하긴 하지만, 이건 뭐, 해설도 아니고, 평소 그의 블로그에서 볼 수 있는 글 정도의 영양가에 한참 못 미친다.) 해설을 이 시리즈의 장점이라고 한다면 곤난하지요. 번역가 김상훈의 멋들어진 해설을 그간 많은 SF책에서 봐왔어서 눈이 높아진 탓일지도 모르겠지만.
중편 하나로 책을 낸다는 아이디어가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위와 같은 분량으로, 이와 같은 가격(7.700원)으로
종이질도 그렇고, 해설도 그렇고, 이 책의 장점을 못 찾겠다. 표지가 좀 탄탄한거?
아직 앞뒤의 글만 읽고, 내용은 안 읽었다. 여기서 또 '지나가다'는 말할 수도 있겠다. '책이 알맹이가 중요하지' 라고.
물론 알맹이가 중요하다. 이 책이 아주 재미있을 수도 있겠다. 수상작이기도 하고. 뭐 일단 로저 젤라즈니니깐.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 자신 로저젤라즈니의 팬이라고 자부하지만, 이 비싸고 맛있는 초콜릿봉봉같은 전집을 앞으로 구매할 생각은 들지 않는다. 물론 앞으로의 시리즈 레파토리는 공개되지 않은 상태지만, 내가 매니아나 장르문학에 익숙한 독자건, 그렇지 않은 독자로 분류되건 간에, 이 시리즈를 이 가격에 살 일이 있을까 싶다. 모아 놓으면 예쁘기야 하겠지만, 예쁠때까지 모으려면, 엄청난 돈을 투자하여야할듯.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