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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드러운 볼 ㅣ 밀리언셀러 클럽 106
기리노 나쓰오 지음, 권남희 옮김 / 황금가지 / 2009년 12월
평점 :
일단 밀클은 이라이트라는 좀먹기 좋고, 부피 많이 차지하고, 잘 바래는 종이로 두꺼운 책 만들때는 필히 분권하기 바란다.
지금까지 읽어 본 기리노 나쓰오의 책은 세부류다. <아웃><다크>등과 같은 캐릭터 구현이 과격하지만 매력적인, 작품성 뛰어난 미스터리. <아임소리마마>, <잔학기>류의 과격한 '여성'캐릭터의 사악하고 더러움에 작품성, 재미 떠나서 싫은 이야기들, <다마모에> 같은 아침드라마식 이야기.
유감스럽게도 <부드러운 볼>은 마지막에 가까웠다. 적어도 소재면에서는
기리노 나쓰오 특유의 더러운 캐릭터는 작중인물들의 '꿈'에서나 비슷하게 구현될뿐이고,
이 작품의 주인공인 카스미는 도대체 감정이입이 되지 않는, 한심하기 그지없는 캐릭터라서
실망스러웠다.
이 작품이 왜 최고작품이라고 평해지는지 알긴 하겠다. 왜 수상작인지도. 그러니, 이 작품에 대한 평은 다른 나의 모든 리뷰와 마찬가지로 지극히 개인적이고, 주관적이다.
카스미는 홋카이도의 어느 외진 바닷가마을 출신이다. 열여덟에 가출하여 도쿄에서 혼자 사는 것이 꿈인 추운지방 미녀.꿈이 있었으나, 현실은 당연히 만만치 않고, 작은 회사에 들어가 열살도 넘게 차이나는 회사사장과 결혼한다. 그런 일상에 침잠해서 아이를 보는 주부의 역할과 회사를 꾸리는 역할을 함께 하고 있을즈음, 그녀를 홋카이도의 검은 바다에서 도망치게 했던 그 바람이 다시 그녀를 몸살나게 해서 회사의 단골이던 이시야마와 불륜관계에 빠져들게 된다. 이시야마는 카스미의 고향인 홋카이도에 별장을 사서 거기서 따로 만나기로 하고, 그 전에 먼저 카스미네 가족과 가족동반으로 별장에 갈 것을 제안한다. 왠지 막장드라마의 스맬이-
각각 여우같은 마누라와 곰같은 남편,토끼같은 아이들을 다 데려간 그 크지고 않은 별장에서 둘은 새벽에 옷방에서 만나 정렬적인 관계를 맺고, 이시야마의 부인에게 관계를 들킨다. 들키고 나서도 변함없이 새벽에 만나 관계를 맺으며, 둘은, 카스미는 남편도 아이도 포기할 수 있어. 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다음날 아침, 유카가 사라진다.
우쓰미라는 형사가 있다. 범죄자를 고객, 클라이언트라고 하는 이상한 놈이다. 할아버지, 아버지처럼 위암에 걸려 젊은 나이에 위만 바라보고 가던 그의 인생에 브레이크가 걸린다. 그렇게 죽어가던 중 그는 티비에서 카스미를 본다. 그녀의 아이를 찾아주기로 결심한다.
<아웃>, <다크>와 같은 작품을 기대하고 봤던 나로서는 영 재미없는 책이었지만, 이 책의 매력적인 부분이라면 여기부터일 것이다.
죽음을 인정할 수 없는 죽어가는 형사와 4년이 지나도록, 딸의 실종(=죽음)을 인정할 수 없는 엄마의 만남.
물론, 엄마의 경우는 좀 더 복잡하다. (원래 여자가 좀 복잡하다.) 춥고 검은 바닷가 마을에서 그녀를 도망치게 했던 그녀 안의 작은 불, 도쿄에서 안주한 일상에서 이시야마의 품으로 도망치게 만든 그 불, 아이의 죽음을 인정하지 못하고 4년동안 그녀를 주변의 모두에게서 떼어놓게 만든 그 불.
우쓰미였던가, 카스미였던가
'남국에서 죽고싶다' ,'남국의 바람을 맞고 싶다' 라는 이야기를 하는 장면들이 나온다.
그리고, 나는 우쓰미와 카스미, 추운 홋카이도를 덮고, 다음에 읽는 나쓰오여사의 <메타볼라>에서 남국, 오키나와로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