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는 동경이였고, 언젠가는 신포도였고, 지금은 왠지 언젠가는 꼭 가야한다는 의무감마저 드는 그 곳, 파리!
여기 파리를 보는 조금 특별한 세가지 시선을 소개해보고자 한다.

애덤 고프닉 <파리에서 달까지 >
제목부터 카피,컨셉, 표지까지 한없이 가벼워 보이지만, 그렇게 술술 넘기고, 다 읽었다 던져버릴 책이 아니라 꼭꼭 싶어 읽을 수 있는 책이다.
애덤 고프닉은 파리에서 생활하는 뉴요커다.
그는 뉴요커출신 기자로 영화제작자인 와이프와 어린 아들과 함께
어릴때부터 동경의 장소였던 파리에서 생활하기로 했다.
각 챕터마다 기승전결이 분명하고, 읽을 맛이 나는 독자를 빨아들이는 글을 쓴다.
나는 정치나 시사 이야기를 찾아서 읽지는 않지만, 애덤 고프닉의 눈으로 바라본 프랑스 사회는 정치 이야기마저도 흥미진진하다.
파리의 가장 좋은 곳에 있는 아파트들은 행정사물(시의 것)이라던가, 취업률이 낮은 것을 해결하기 위해 누가 슬쩍 한 번 꺼내본 '조기퇴직'에 온 국민이 열광한다던가.
그동안 숱한 여행책에서 뒤마고와 플로르카페 이야기를 읽었으나, 이 책에서만큼 새로운 시각을 제공해 주었던 책은 없었다.
19세기 수학자의 3체문제 이야기를 슬쩍 던지면서 관심을 끌어내고, 왜 지금 마고가 아니라 플로르카페인지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가는데, 굉장히 흥미로웠다. 서로 마주보고 있는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두 카페의 성쇠에 빠리지앵의 오만, 타협, 특유의 쿨함, 파리스러움이 잘 드러난 글이었다. 마지막 마무리의 에지에서는 일어나서 박수라도 쳐주고 싶은 심정이 종종 들었을 정도다.
린다 <책 한 권 들고 파리를 가다>
프랑스에는 두 명의 군주가 있었다. 루이 16세와 사상과 예술의 국왕인 볼테르가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전자는 항상 마음 깊숙한 곳에서 후자의 발 아래 머리를 조아렸다. 이것이 바로 프랑스가 프랑스이고, 파리가 파리인 이유다. -188pg-
중국인 저자 부부, 농부였고, 샹하이에서 살다가, 미국으로 건너가 현재 미국에서 살고 있고, 파리를 50여일간 여행하면서 이 책을 썼다. 그들의 의미 있는 책 한 권은 위고의 <93년>이다. 혁명의 시기를 지내야했던 50년대생인 둘은 위고의 책을 들고, 파리로 간다. 그들이 그곳에서 자취를 찾는 것들 역시 작가와 혁명과 깊이 관계되어 있다. 위고와 볼테르, 약간의 디킨스와 발자크.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나오기도 하고(다빈치는 프랑스에서 살다가 죽었고, 무덤도 프랑스에 있다.), 나폴레옹의 이야기도 나온다. 혁명귀족 라파예트, 자코뱅클럽을 찾는 이야기같은건 꽤 흥미로웠다. 혁명, 문학, 귀족, 정치가, 파리, 파리의 건축( 둘 중 하나는 건축을 전공했다. 건축에 대한 이야기들도 쏠쏠하다.) 등등
가장 맘에 들었고, 신선하게 여겨졌던건( 이 이야기를 하도 많이 해서, 아마 이 책을 내 글 읽고 보게 된 사람들한테는 하나도 안 신선할듯 ^^;) 부부가 그린 그림들. 한 명이 그렸다고 생각했는데, 같이 그렸다고 한다. 부부라서 닮아가나? 멋진 부부
이 책, 편집도 좀 독특하다. 여행에세이라기보다는 인문서에 가까운 느낌이라 그런지, 약간 모험적인 편집. 을 보는 즐거움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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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에서 그림을 그리는 저자가 쓴 책. 이 책에서는 학생이고, 그림도 팔고, 그리 많지 않은 나이(로 생각되는데)이다. 글보다는 그림과 사진이 재미났던 책. 많은 발품을 팔아서 꾸렸을테고, 이 책을 가지고 가는 '화가들을 사랑하는 여행자'는 조금 덜 발품을 팔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전문 작가의 맛깔스러운 글은 아니지만, 그녀가 이야기하는 것들은 여전히 새롭고, 고개를 끄덕이게 한다. 에펠탑을 싫어하는 화가, 좋아하는 화가 이야기를 하며 에펠탑 그림과 사진을 넣는다거나. 하는 식의 지루하지 않은 접근들이 글이고 그림이고 사진이고 딱히 흠잡을 곳 없이 술술 넘어가면서도 그리 가볍지만은 않은 책이다. 저자가 이 글 쓸 때 어린 나이였던 것 같은데, 꽤 진중한 성격인듯.
류승희 <화가들이 사랑한 파리>
표지에 별 생각이 없었는데, 다 읽고 나니, 아 이거, 싶다. 아마 눈썰미 좋은 사람들은 보자마자 알겠지만서도;; 약간 비스듬한 상단과 하단은 하단은 그림이고, 상단은 그 그림이 그려진 시점/위치의 사진이다.
표지처럼 재미날정도로 과거와 똑 같은 파리의 건물과 거리들을 보는 재미도 있지만,
아마도 여전히 똑같을 거리와 건물을 각각의 화풍으로 표현해낸 화가의 그림과 비교해 보는 재미도 있어, 너무 단순해서 지루한 경우를 피했다.
마티스의 노트르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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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갈의 오페라극장
시슬리가 그린 마을의 홍수
간단한 위치와 찾아가는 길도 나와 있어 활용도 높고, 더 현실적으로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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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보니, 연달아 읽게 된 파리에 관한 책 3권이 모두 맘에 들어버렸다.
이렇게 나는 또 파리병을 앓을 뿐이고-
위 세 책의 공통점이 있다.
어릴적부터 '파리' 에 대한 동경.
그리고 세 책에 공통적으로 나오는 이야기.... 파리의 거지.
'파리의 거지는....'으로 시작하는 이야기가 세 책에 다 나오니, 정말 궁금해졌다. 파리의 거지가 어떻길래?
... 아, 이상한 결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