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늘 읽은 책은 린다의 <책 한 권 들고 파리를 가다>
구매한지 하도 오래되서, 왜 샀는지는 기억이 안 나지만,
늘 책꽂이에 얌전히 눕혀져 있는 녀석을 보며 린다라니, 내가 린다란 이름의 애가 쓴 책을 샀다니
제목도 '책 한 권 들고 파리를 가다' 라니. 아.. 가벼워서 풀풀 날아갈 것만 같다. 는 기분이랄까.
그러나, 예상을 깨고! 또 하나의 멋진 책을 발견하게 된 것이다.
린다는 공동저자인 중국인 부부의 필명이고, <책 한 권..>의 책 한권은 빅토르 위고의 <93년>을 말한다.
혁명기를 겪고, 어렵사리 구한( 정말로! 어렵게 구한 에피소드가 서문에 나오는데, 매력적이고 지적이며 향수를 불러 일으키는 (내 향수 말고, 누군가의 향수, 무튼 그런 느낌) 멋진 서문이다.) 위고의 책을 들고, 파리로 무작정 떠나 머무르며
혁명의 자취와 위고를 포함한 작가들의 자취를 찾아다니는 여행이다.
(이것 또한 나의 선입견이겠으나) 정말 가벼워보이는 저자명과 책 제목에도 불구하고
저자의 내공과 취미와 관심은 보통이 아니다.
주로 포커스를 맞추는 것은 위고, 볼테르, 발자크 등과 같은 혁명기를 겪은, 영향을 준 작가들, 그리고 프랑스 혁명이다.
역사에 굉장히 해박하고, 관심이 많은데 둘 중 한명이 건축을 전공하여 파리 등에 널리고 널린 오래된 건물과 도시지형 등에 대한 설명 또한 잘 되어 있다.
'혁명'을 포커스로 '작가'를 주재료로 한 '파리'라는 냄비에 '건축'이라는 조미료까지 잘 넣어서 아주 먹음직스러운데, 이게 다가 아니다! 중간중간 나오는 그림은 오르쉐나 루브르의 그림만이 아니다. 아니, 내게는 그보다 더 인상깊고 신선하고, 욕심나는 생생한 그림들. 두 부부가 무려 '취미'로 하는 그림들이다.
이건 뭐랄까, 메인을 돋보이게 하는데 그치지 않는 최고의 '소르베' 이지 않은가.


반대의 선입견에 사로잡혀 아직 읽지 못하고 있는 베르나르 앙리 레비의 <아메리칸 버티고>
왠지 제목도 저자도 어려운 책일 것 같은 인상이다.
반면에 린다의 '책 한 권 들고 파리에 가다' 요즘 흔히 나오는 가벼운 블로그 여행기 같은 느낌의 제목이다.
린다의 이 책은 '북로드'에서 나왔는데, 편집도 상당히 독특하다. 2004년에 나온 책이니 벌써 5년이나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
충분히 흥미로웠다. 약간의 촌스러움과 독특함 사이를 미묘하게 오가는 아르누보한 편집- (아르누보한 편집이 뭔가 묻지 말기. 한길사나 윌리엄 모리스 책에서 나오는 미술에세이같은 그런 느낌의 편집이라고 내 멋대로 붙인 이름이니 ^^)
이래저래 볼거리, 읽을거리가 많은 책이라
지난 몇년간 책등만 읽고 가벼운 읽을거리로 보았던 것이 아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