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스칼 메르시어의 <리스본행 야간열차>를 읽는 중이다.
아직 1권의 뒷부분 정도를 읽고 있긴 하지만, 추천할 수 있을 것 같다.
어제 밤부터 읽기 시작했는데, 상당히 몽환적인 얘기다.
제목처럼 '야간열차' 타는 기분이라고 말한다면 너무 식상한가?
야간열차를 타본적 있어요? 당신
신체리듬은 잘 시간인데, 규칙적으로 움직이는 기차의 진동과 덜커덕 거리는 소리에 몸을 맞기고, 일상에서 벗어나 '이동중'인 상태. 온갖 잡생각들이 한꺼번에 풀려나 요동치며 반쯤은 꿈인듯 어지러이 맴도는 상태. 몸은 기차의 리듬에 맞추어 점점 수면상태로 빠져들고, 반대로 마음은 과거와 미래를, 지나온 곳과 앞으로 갈 곳을 미친듯이 헤매인다.
책 속의 주인공은 김나지움의 고전문헌학 선생이다. 삼십여년을 꾸준히 아이들을 가르치며 그 누구보다 라틴어, 그리스어, 헤브루어 등에 해박한 걸어다니는 사전이자 규범의 현신과도 같은 남자다. 어느 비오는 출근길 만나게 된 여자의 흔적을 좇아 지금까지의 인생을 뒤로 하고, '리스본행 야간열차'를 타게 되는데...
미스테리한 분위기이지만, 아직 미스테리는 나오지 않았다. '기차' 이야기인줄 알았는데, 의외로 '책' 이나오는 이야기이다. 주인공이 책벌레.
책 읽다 멈칫, 멈칫
마음에 걸리는 문장들이 있다. 술술 넘어가지 않고, 마음체에 걸려서 상념의 옆길로 빠지게 하는 그런 문장들.
딱히 재미있다, 재미없다, 별 감동 없이 페이지를 넘기고 있는데, 그렇게 멈칫거리느라 책 읽는 속도가 더디기만 하다.
읽다보면 밀란 쿤데라의 <정체성>도 생각나고, 존 버거의 <여기 우리가 만나는 곳>이나 올리비에 아당의 <겨울나기>도 더오른다. 아래 세 책을 읽은 사람이라면 대충 분위기를 알 수 있을까?


"포르투갈어로 체스가 뭔가요?"
그레고리우스는 이렇게 묻는 그를 안아주고 싶었다.
"샤드레즈(Xadrez)."
이제 입 안의 메마른 느낌은 사라지고 없었다.
"눈은 이상 없지요?"
혀가 다시 목구멍에 붙었다.
"괜찮아요."
다시 침묵이 흐른 뒤 그레고리우스가 물었다.
"사람들이 선생님의 본래 모습을 그대로 본다고 생각하세요?"
그리스 의사는 웃음을 터뜨렸다.
"당연히 아니지요!"
그레고리우스는 할 말을 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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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녘에서 나온 일루셔니스트 세계의 작가 시리즈중 하나인 파스칼 메르시어의 <리스본행 야간열차>를 포함하여
아래의 책들이 나와있다.












일본추리소설에서 내가 신뢰하는 <미도리의 책장>이 있다면
<일루셔니스트 세계의 작가> 시리즈도 꽤 신뢰가 가는 라인업이다.
<위험한책>은 지금 읽고 있는 <리스본행 야간열차>와 비슷한 느낌의 책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느림의 발견>은 탐험가 이야기인데, 맙소사, 산 것과 판 것만 기억나고 내용이 하나도 기억이 안 나;;
<차가운 피부>와 <콩고의 판도라>는 내가 자주가는 블로거의 강추작가여서 꽤 오래 보관함에 들어가 있었고,
아마도 가장 먼저 구매할 책들, 그 외에 <고래여인의 속삭임>, <엉덩이에 입맞춤을>, <나와 카민스키>, 그리고 얼마전에 나온 <검은새>까지가 보관함에 들어있으니, 꽤 내 취향의 시리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