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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도지 케이의 사건 수첩 ㅣ 미도리의 책장 5
와카타케 나나미 지음, 권영주 옮김 / 시작 / 2009년 1월
평점 :
품절
와카타케 나나미의 작품을 처음 접한 것은 <나의 미스터리한 일상>이었다. 각기 다른 단편들이 마지막에 기발하게 하나의 작품으로 묶이는데, 전혀 예상밖이었고, 지금까지도 가장 재미있었던 연작 아닌 연작으로 기억하는 작품이다. 그 후에 읽은 하무라 아키라 시리즈 <네 탓이야>가 기대에 비해 그저그랬다면, 세번째로 접하는 와카타케 나나미의 작품 <다이도지 케이의 사건 수첩>은 이 작가가 충분히 지켜보고, 기대할만한 작가라는 점을 각인시켜준 작품이었다.
뒤의 해설을 빌리면 '한 단편이 여섯조각으로 슬라이스 되어 다섯편의 단편을 샌드위치하는 형태'인 이 연작 단편집은 무척 새로운 시도였고, 이것이 단지 '시도'에 그치지 않는다는것은 그간 저자가 그녀의 작품들에서 연작단편들을 어떻게 요리해 냈는가를 보면 알 수 있다.
한 단편을 여섯조각으로 나누어서 다섯 단편을 샌드위치? 얘기만 들어도 복잡한데, 실제로도 이런 복잡한 구성이고, 그러나 복잡한 구성에도 불구하고, 그 연결고리는 쉬이 찾을 수 있다는 점이 저자의 대단한 점이리라. 자유기고가인 30대 초반 여자의 살해현장에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이 이야기가 바로 여섯개로 슬라이스된 '다이도지 케이의 최후의 사건'이고, 하루 동안 일어나는 일의 첫번째 조각이다.
나머지 다섯가지 단편은 각각 그 단편만 보아도 재미나고 기발하여 부족함이 없다. 그것이 연작이 될 때의 묘미란 대단하다.
'죽어도 안 고쳐져'와 '죽어도 안 죽어' 라는 얼핏 유치하나 귀에 쏙 들어오는 단편 제목은 책 속에서 다이도지 K가 쓴 단편집의 제목이다. 다이도지가 형사시절 경험했던 정말이지 이렇게 멍청할 수가 싶은 얼간이 범인들에 대해(예를 들면 '반투명 비닐봉지를 쓰고 편의점을 습격했다가 산소가 부족해서 빈혈을 일으켜 쓰러지는 바람에 위협중이던 점원이 구급차를 불러주는 꼴이 된 얼빠진 강도' 얘기 같은) 쓴 책이다.
그 얼간이 범인들이 책을 보고 찾아와 일어나는 에피소드들이 꽤나 재미있다. 비뚤어진 유머에 하드보일드한 전직경찰관의 이야기에 빠져있다보면 어느새 다시 '다이도지 케이의 최후의 사건'이야기가 나오고, 각각의 독립되었다 생각되는 단편들과 최후의 사건의 인물과 실마리들이 천천히 한 점을 향해 가며 긴장감을 높인다.
아주 독특한 작품이고, 이로써 네번째 읽는 '미도리의 책장' 이 네권 다 재미있고, 독특하고, 흥미로웠다는 점에서 시리즈의 신뢰감을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