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의 샘 미도리의 책장 10
미나가와 히로코 지음, 권일영 옮김 / 시작 / 2009년 8월
평점 :
품절


미도리의 책장 .. 라인은 꽤 흥미롭다. <죽음의 샘>도 일단 미도리의 책장 라인으로 나왔다는 것만으로 눈길을 끈다. 미나가와 히로코는 '나오키상’, ‘요시카와 에이지 문학상’, ‘시바타 렌자부로상’, ‘일본추리작가협회상’ 등을 수상한 일본 작가인데, 이 이야기는 '책 속의 책' 형태를 띠고 있긴 하지만, '책' 보다는 그 속의 '책'에 관한 내용이 구할 이상을 차지한다고 볼 수 있다. 어두운 내용이고, 읽기 불편한 내용에 분량도 만만치 않아 읽기 쉽지 않았는데, '반전'이 있다고 하여 끝까지 읽긴 했지만, 그 끝부분의 일본 작가가 드디어 나오는 부분은 그닥 임팩트가 있었는지는 모르겠다.(내가 제대로 이해했는지도 모르겠다;)   

'레벤스보른'이라는 이름의 실제 존재했던 나치의 아이 수용소. 유럽의 금발머리 파란눈 아기들을 데려와서(유괴해와서) 독일인으로 만들고, '우수한' 독일 인종을 전파시키기 위해 독일 남자의 아기를 가질 것을 장려하여 미혼모와 사생아를 받아주는 기관이다. 거기에 그치지 않고, 아이들을 가지고 생체실험까지 하는. 당췌 이건 무슨 판타지란 말인가. 싶은 이야기인데, 실화라니 끔찍하다.  

책의 중심인물은 클라우스 베셀만 박사와 아이를 낳으러 들어갔던 마르가레테, 그리고 그들이 입양하게 되는 폴란드에서 데려온 프란츠와 에리히라는 두 소년이다. '미'에 대한 집착으로 아름다운 목소리와 천재성을 가진 에리히를 훈련시키는 베셀만. 마르가레테는 시종 수동적인 역할로 나오고, 베셀만 박사의 광기어린 모습은 끔찍하고 잔혹한 행위들에도 불구하고, 가장 중심인물임에도 불구하고, 분량이 적다고 해야할까, 카리스마가 모자라다고 해야할까, 무튼 그런 베셀만 박사의 '미에 대한 집착'을 기반으로 하고 '공포'와 '협박'으로 이루어진 너덜너덜한 가족의 이야기이다.

다른 리뷰들에서처럼 미학적으로 대단히 아름답다거나 숭고하다거나 그런건 글쎄.. 너무 드라마틱해서 외려 소설같은 현실에 대한 이야기는 현실만큼 흥미롭지 않아서인지, '일본 작가(아시아 작가)'가 나치, 독일의 이야기(유럽 배경의 유럽인 캐릭터들로 이루어진 이야기)를 제대로 써 보려고 하는 것에 대한 위화감이랄지. 그닥 선입견을 가지고 읽은건 아닌데, (책속의 책이라고 해서, 나는 당장이라도 일본 얘기가 나올 줄 알았거든) 뭔가 스토리가 걷도는 느낌이었달까.

가장 흥미로왔던 캐릭터는 후반부에 등장하는 소년 게르트였다. 거친 야생마같은 캐릭터인데, 선과 악도 모호하고, 좌익과 우익 사이에서도 모호한 죽도록 한심한 놈인데, 무슨 조화인지, 미친 세상에 어디에도 세뇌되지 않은 캐릭터이다.  

이 게르트 캐릭터마저 없었더라면 내게는 상당히 그저그런 소설이 될 뻔 했다.(그러나 게르트 캐릭터의 분량은 등장인물들 중 한 열번째쯤이나 될까말까라는)  

※한페이지가 27줄이다. 최근에 가장 두꺼웠던 미야베 미유키의 <메롱>이 23줄이었던 것에 비하면 이 책이 <메롱>보다 훨씬 긴 분량이라는거. <메롱>이 생각보다 적은 분량이긴 했지만서도. 무튼, 나처럼 책 살 때 '페이지수'도 고려하는 사람은 참고하라고 적어보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