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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사의 게임 2
카를로스 루이스 사폰 지음, 송병선 옮김 / 민음사 / 2009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 좋았어. 이건 책들의 이야기야."
" 책들?"
" 저주받은 책들의 이야기. 그걸 쓴 사람의 이야기, 소설을 불태우기 위해서 소설 바깥으로 나온 인물의 이야기, 그리고 배신과 실종된 우정의 이야기야. 사랑의 이야기이고 증오의 이야기이며 바람의 그림자에 살고 있는 꿈들의 이야기이기도 하지."
바람의 그림자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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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를로스 사폰이 <바람의 그림자>에 이어 <천사의 게임>으로 돌아왔다. 위의 인용은 <바람의 그림자>에 나온 이야기이다. <천사의 게임> 역시 '책'에 관한 몽환적이고, 때로는 슬프고, 때로는 사랑스러운 이야기들이다.
저자는 이것을 4부작으로 만든다고 했고, <천사의 게임>은 <바람의 그림자>에서의 다니엘의 아빠 셈페레와 기억하지 못하는 엄마 이사벨라, 할아버지 셈페레가 나온다. 2부작에서 난데없이 전 시기로 돌아가버린 '슬프고 아름다운 도시 바르셀로나에서 일어나는 책들의 이야기' 네작품은 등장인물만 겹칠뿐, 각기 다른 독립적인 이야기를 할 것이라고 한다.
만약 그렇다면, <천사의 게임>을 <천사의 게임>으로만 읽어야 한다면, 솔직히 좀 실망스럽다. 그의 문장은 여전히 아름답고, 이야기는 신비하고, 바르셀로나는 여전히 매력적인 도시이지만. 현실과 환상을 넘나드는 이야기의 파도에 몸과 마음을 온전히 맏기기 어려웠고, 응 뭐야? 뭐야? 하다가 끝나버렸다; <바람의 그림자>의 마지막 장을 덥고 가슴이 벅찼다면, <천사의 게임>의 마지막장을 덥고는 미진한 느낌, 마무리 안된듯한 여운이 남았다. 시리즈의 하나라고 생각한다면, 연결성이야 어떻든, 좀 미묘한 것이 하나씩 끼어있게 마련이니깐. 챈들러시리즈의 <리틀 시스터>처럼 말이다.
다니엘 마르틴은 수위이던 아버지가 바르셀로나의 유력자인 비달 대신 죽은 이후 찢어지게 가난한 기자에서 필명으로 모험소설을 쓰며 노예계약을 하게 된다. 그가 영원히 사랑한 비달의 운전사의 딸 크리스티나는 마르틴의 거의 유일한 조력자이자 스승이자 제자이자 친구이자 아버지인 비달과 결혼하게 되고, 다니엘은 셈페레 서점의 셈페레에 의해 자신을 동경하는 이사벨라를 소개받아 함께 살게 된다. 자신의 혼을 파는듯한 노예계약에 점점 지쳐갈무렵, 그 앞에 나타난 프랑스인 편집인. 그에 의해 10만프랑이라는 거액을 받고 '책'을 한 권 의뢰받는다.
그 '책'과 관련하여 일어나는 슬프고도 아름다운 이야기. 로맨스, 서스펜스, 오컬트까지 느낄 수 있는 신기한 이야기.
"사람들이 죽을 수도 있고 살 수도 있는 이야기를 만들고 싶지 않습니까? 사람들이 죽이기도 하고 죽임을 당하기도 하며, 자신의 영혼을 바칠 수 있는 그런 이야기에 매혹을 못 느낍니까? 너무나 강력하여 허구를 초월하여 진실을 드러내는 것으로 바뀌는 그런 이야기를 만드는 것보다 더 도전적인 일이 소설가에게 있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