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또는 책, 아마 영화와 연극도, 그리고 감성을 자극하는 것은 무엇이든)을 삶의 중심에 놓으면 거기서 연애 생활을 분리해내기 힘들어지고, 연애조차 마치 음악 같은 것처럼 생각하기 시작한다. 그래서 계속 집적대고, 시끄럽게 하고, 또 집적대다 아주 결딴을 내서 다 뒤엎고 다시 새로 시작할 수밖에 없게 만든다. 하루 종일 감정적인 것들을 흡수하는 사람들은 모두 인생을 너무 높은 음조로 살고 있는 건지도 모른다. 그 결과 적당히 만족할 수가 없다. 불행하거나 무아지경으로 곤두박질치듯 행복할 뿐이다. 그런데 그런 상태는 안정적이고 견실한 연애 관계에선 성취하기 힘들다. 어쩌면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도 더 알 그린에게 직접적인 책임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186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