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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베이니 가족
조이스 캐롤 오츠 지음, 민승남 옮김 / 창비 / 2008년 12월
평점 :
We Were the Mulvaneys
이 책의 원제이다. 번역제목인 <멀베이니 가족>보다 많은 것을 담고 있다.
제목처럼, 이 책은 멀베이니가족에 관한 이야기. 책의 앞부분은 흡사 카포티의 <인 콜드 블러드>에 나오는 것과 같은 완벽한 가족인 멀베이니 가족에 대해 묘사하고 있다. 행복해지는 이야기들로 가득찬 전반부와 불행의 나락으로 떨어지게 되는 후반부를 가르는 사건은 완벽한 가족 구성원 중에서도 가장 완벽한 버튼, 매리엔이 강간을 당하게 되는 것이다.
죽은 것도 아니고, 임신을 한 것도 아니고, 기억이 잘 나지 않는 강간 한 번으로 아빠, 엄마, 아들 셋, 집 안의 온갖 동물 식구들, 하이포인트 농장의 풀까지도 완벽해 보이는 가족이 붕괴의 길을 걷게 되는 것은 이 전에 읽었던 '행복'이 유리같이 약한 기반에 쌓인 것이어서인가? '행복'이란건 이토록 깨지기 쉬운 허망한 것인가? 생각하게 만든다.
강간이 무서운 범죄임은 분명하고, 그 시대가 보수적인 시대임을 감안하더라도 말이다.
가장 사랑하는 딸을 못 보아서, 시골로 쫓아보내고, 사업도 망하고, 가족들 사이에서도 무너지는 가장의 모습을 보여주는 마이크와 그런 마이크를 자신의 가장 중요한 첫째 자식으로 생각하고, 현실을 직시하지 않는 조증기 있는 코린.
불안한 부모 밑에서 적당히 삐뚤어지며 자신의 삶을 찾아 나가는 자식들.
이전에 읽었던 JCO의 <사토장이의 딸> 역시 가족에 관한 이야기인데, 첫문장부터 마지막문장까지 어느 하나 버릴 것 없이 꽉 짜인 계산된 플롯과 천페이지가 넘는 긴 분량에 재미나고 감동적인 에피소드들이 그득하고, 속도감 있게 읽혔던 것에 비해 800여 페이지의 이야기는 위에 얘기한 행복했던 가족이 강간이란 사건에 무너지는 이야기가 다라 지루하게 넘어갔다.
지루하고 밍밍했는데 평은(적어도 출판사의 책소개에 의하면) 꽤 좋다.
뭐, JCO의 작품이니 기본 이상은 된다고 생각하긴 하지만, 결말에 가족의 합체에 대해 이야기하는데, 그 과정이나 결말이나 급하게 이루어진 느낌이 없지 않고, 서프라이즈나 감동보다는 의아함과 이 긴 책을 지루하게 읽어낸 것에 대한 후회가 남게 되는 결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