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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거짓말 ㅣ 모중석 스릴러 클럽 14
리사 엉거 지음, 이영아 옮김 / 비채 / 2008년 3월
평점 :
절판
Rebecca Aidlin이 디자인한 원서 표지가 무척 맘에 든다. 지그소 퍼즐의 바탕은 빨간색. 가운데 빠진 지그소 퍼즐 하나로 인해 모든 그림이 무너져버린다.
리사 엉거의 <아름다운 거짓말>은 언젠가는 신간이었을텐데, 철저한 무관심으로 스쳐지나갔던 책이다.
월간 판타스틱의 묻혀진 책소개인가에서 최내현 대표가 이 책을 강력 추천한 것을 메모해 두었다가, 사게 되었다.
모중석 추리클럽에서 나왔으니, 미스터리이긴 미스터리인데, 이것은 로맨스 미스터리인가? 하는 생각이 중반부까지 든다. 왜냐하면, 로맨스는 어떻게 진행될지, 후반부까지도 긴가민가 한데, 미스터리는 중반부까지 가기도 전에 진즉에 풀려 버리기 때문이다. 여자 주인공은 예쁜 것이 틀림없고, 남자 주인공은 그야말로 정력의 화신 같은 위험한 나쁜 섹시하고 다정하기까지 한 근육질에 온갖 흉터와 문신까지 있는 금속 조각가이다.
괜찮은 걸.. 읽기 시작했다가, 뒤에 가서 뷁. 하는 경우는 많아도, 시종 맘에 안 들었던 이야기가 결론에 가서야 나쁘지 않았네. 음.. 좋았어. 라고 바뀌게 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 비호감이던 여자주인공이 결말에 가서야 괜찮은걸. 생각하게 되는 경우는 더 없고. 그런데, 나에게 이 책이 그랬다. 무난하게 모두가 좋아할 수 있는 이야기라던가, 등장인물이라던가.는 아니지 않을까 싶다.
리사 엉거는 '선택'의 문제에 집착한다. 영화 슬라이딩 도어즈에서 기네스 펠트로가 닫히는 지하철 문 안으로 들어가느냐 마느냐에 따라 전혀 다르게 펼쳐지는 인생의 드라마. 리사 엉거의 여주인공 리들리 (이 이름 때문에 처음에는 무지 헷갈렸다.) 의 사소한 선택에 따라 그녀의 살아온 인생이 대변화를 맞게 되고, 그녀는 계속해서 커다란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된다.
사소한 선택 뒤에 그녀는 정확한 타이밍으로 달려오는 차 앞에서 어린 아이를 구했고, 그 장면이 모두 마침 그 자리에 있던 포스트지의 기자의 카메라에 담겨, 잠시동안이나마 뉴욕의 스포트라이트를 받게 된다. 그렇게 매스컴에 얼굴이 팔리고 나서,
그녀는 한 장의 편지와 사진을 받게 되는데.. 자신의 얼굴과 똑 같은 젊은 여자와 잘생긴 남자. 그리고, 메모 '니가 내 딸이냐?'
무슨, 유치찬란한 공포 영화의 한 장면 같지만.. 그 이후로 리들리의 공포는 시작된다.
소아과 의사인 아버지와 역시 소아과 의사인 남자 친구 재커리. 엄하지만 역시 사랑하는 엄마와 남자 친구의 엄마와도 어린시절부터 사이가 좋다. 뉴욕의 명사인 삼촌 맥스는 그녀에게 커다란 유산을 남겨 주어 그녀의 뉴욕 생활에는 부족함이 없다. 아, 그녀는 프리랜서 작가로 일하고 있다. 뉴욕 이스트 빌리지의 아파트에 살면서 부유하게 자신에게 주어진 사랑과 부와 자유를 누리고 있다. 그 메모를 받기 전까지는...
그녀를 둘러싼 모든 세계가 무너지고, 그 와중에 윗집 남자 제이크에게 자신의 의심과 불안을 모두 털어놓고 의지하게 된다. 그를 의심하게 되기 전까지...
뭐, 이런 내용이다. <아름다운 거짓말>은 리사 엉거의 데뷔작인데, 훌륭하다. 여자작가가 쓴 글이라는게 확연히 티난다.(이 부분을 좋아하지 않는 미스터리 팬들도 많겠지만. 나 역시 그 중 하나) 리들리의 철없음과 이기적인 모습들은 비호감으로 다가온다. 마지막에는 좀 호감으로 돌아서긴 했지만. 사건에 대한 묘사 일부분과 그녀의 심정 변화가 대부분이다.
'후회'라는 것은 있을 수 없다. 왜냐하면, 이 길이 아니라, 다른 길을 선택했을때, 그 길이 우리를 어디로 이끌지는 아무도 모르기 때문이다. 라고 '선택'에 이어 '후회'에 대한 이야기로 결론을 맺는 리들리. 데뷔작이 그렇듯이, 리들리는 작가 리사 엉거의 또 다른 모습이다. 다음 작품이 나오면 읽어보고 싶긴 한데, 판매수치로 봐서는 글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