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 속의 기다림
오츠이치 지음, 김선영 옮김 / 북홀릭(bookholic) / 2008년 12월
평점 :
품절


오츠 이치의 작품은 이걸로 네번째쯤? 모 아니면 도였는데, <ZOO>나 <GOTH>는 좋았고, <쓸쓸함의 주파수>는 그저그랬다. 이 작품은 <ZOO>나 <GOTH>계열과 <쓸쓸함의 주파수>계열의 중간즈음에 위치하고 있다.

책을 읽기 전에도 표지가 마음에 들었는데, 다 읽고 나니, 다시 보이며 더욱 맘에 든다.
이미지에는 안 보이지만, 제목 옆에는 점자로 엠보가 들어가 있다. 표지에 나오는 검은 커튼 사이로 빛이 들어오는 장면은 이 작품의 공간적 배경이고, 두 고독한 남녀중 여자는 시각장애인이다.

전철에서 평소 미워하던 남자를 밀고 경찰에 쫓기는 남자가 집 안에 있다. 는 것을 시각장애인인 미치루는 깨닫는다.
거실 구석 창문과 텔레비전 사이의 공간에 들어가 최소한의 소리와 기척도 내지 않으려 조심하며 아키히로는 그렇게 거기에 박혀 있다.

이야기의 서스펜스는 눈이 보이지 않는 미치루가 어둠 속에서 누군가의 기척을 느끼고, 줄어드는 식빵 갯수를 느끼면서 고조되기 시작한다. 이야기는 어둠 속의 침입자에 대한 공포를 느끼는 미치루의 이야기와 그녀가 비명을 지르며 경찰에 신고하지 않을까 두려워하는 아키히로의 이야기가 번갈아 진행된다. 그러면서 각각의 이야기가 나온다.

미치루는 눈이 안 보이기 전에도 소심하고 내성적이었다. 자신을 '세상이라는 이름의 스튜 속에 녹지 않고 남은 덩어리' 같다고 느끼며, 아무것도 보이지 않고, 아무것도 느끼지 않는 화분 같은 생활을 고수한다.  아키히라의 형편도 그보다 낫지 않다. 사람들과 어울리기를 싫어하여 모든 인간관계를 내침으로써 회사의 왕따같은 존재가 된다. 그런 그 둘이 한 공간에 있으면서 서로를 알아간다. 아주 조심스럽게... 

오츠 이치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작가군에 들지는 않지만, 그의 소설들은 챙겨서 보는 편인데, 착한 결말이 좀 거슬리긴 하지만, 이런 책도 괜찮지 않은가. 싶다. 

이 책은 특히 말미의 작가의 말이 아주 웃기다. 소설과 전혀 상관없는 자신의 몸무게 이야기를 하는데, DDR을 하며 칼로리를 소비한다는 얘기를 하면서 '저는 원래 게임을 좋아합니다. 게임의 장점은 테니스와 같은 취미하곤 달라서 친구가 하나도 없어도 집에 처박혀서 할 수 있다는 걸까요?' 란다. 이런, 아키히로 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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