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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딴섬 퍼즐 ㅣ 학생 아리스 시리즈
아리스가와 아리스 지음, 김선영 옮김 / 시공사 / 2008년 5월
평점 :
품절
두번째로 읽는 아리스가와 아리스(이 아리스가 Alice의 일본식 발음이란다. 앨리스가 필명인 이 사람;;)
<월광게임>에서 가능성을 보았다면, <외딴섬 퍼즐>에서는 기대가 충족되었다. 전작이 화산에 갇힌 EMC(에이토 대학 미스터리 클럽)의 멤버들과 대학생들 사이에 일어나는 클로즈드 서클의 미스터리였다면, 두번째 작품인 <외딴섬 퍼즐>에서는 외딴섬에 간 아리스와 에가미 부장, 그리고 섬에 여름을 보내러 오는 멤버들간에 일어나는 클로즈드 서클의 미스터리이다.
클로즈드 서클을 주구장창 이용하는 작가로는 관시리즈의 아야츠지 유키토가 있는데, 그의 작품이 클로즈드 서클에 집트릭;;이라면, 아리스가와 아리스의 작품에는 클로즈드 서클에 청춘소설의 풋풋함을 더한 것이 바로 그 특징이라 할 수 있겠다.
이 시리즈에서 탐정은 화자인 아리스가와 아리스가(주인공 이름이 필명과 일치한다) 아니라, 7년째 계속 학교를 다니고 있는 에가미 부장이다. 작품해설에는 해설자의 이 에가미부장에 대한 팬레터로 시작해서 러브레터로 끝나는 해설이 있다. 그의 매력을 알아보기 힘든 독자들을 위한 배려일까나. 과묵하고, 남 배려하고, 어느 명탐정 못지 않은 관찰력과 신중함으로 사건을 해결하는 따뜻하고, 조용한 탐정이다. 확실히 자극적인 추리소설에 '파핫'하고 다가 오는 매력은 없는 탐정이다.
미스터리 소설 연구회에 새로운 여자 멤버가 가입하였다. 마리아 아리마 (거꾸로 해도 같은 이름). 아리스가와 아리스에 이어 독특한 이름의 소유자인 그녀는 그녀의 큰아버지댁 별장이 있는 섬으로 여름방학 추리소설연구회 멤버를 초대한다. 그 섬은 그녀의 할아버지 소유로, 퍼즐광이였던 할아버지는 죽기 전에 섬에 5억엔 상당의 다이아몬드를 숨겨 놓고 퍼즐의 힌트가 되는 지도를 남겼다. 몇년이 지나도록 다이아몬드의 행방은 미지수..인것. 할 일이 있었던 두 멤버의 부러움을 등에 업고, 추리소설연구회의 아리스와 에가미 부장은 마리아를 따라 섬으로 들어간다. 정해진 날짜에 들어오는 배만이 육지와의 유일한 소통수단. 전화도 없고, 무선통신만이 가능하나, '내가 범인이라도' 무선통신기는 첫번째 살인에서 이미 치유불능으로 가장 먼저 사망하신다. 섬 곳곳에 세워져 있는 모아이 모양의 조각이 퍼즐의 힌트인데, 세 명이 퍼즐을 풀기 시작했을때, 첫번째 살인이 일어난다. 그것도 밀실살인. 퍼즐풀기는 뒤로 미루어지지만, 이어지는 연쇄살인에는 퍼즐과 3년전에 퍼즐을 풀기 직전에 죽은 마리아의 사촌오빠인 히데토의 사고사까지 관련되어 있어서 탐정네들은 다시 퍼즐풀기로 돌아온다.
<월광게임>에서도 어렴풋이 느꼈지만, 작가는 꽤나 운치가 있다. 이 책에는 오마르 하이얌의 '루바이야트'에 나오는 여러 시가 인용되고, <월광게임>에서처럼 풋풋한 로맨스의 냄새와 바다, 바람, 달빛, 뭐 그런 것들에 대한 몽롱한 묘사들이 나온다. 사실, 아리스는 만담+자학 캐릭터에 가까운데 말이다. 섬에 있는 화가는 '인간과 인간 생활이 너무 싫어서 우아한 생활로 복수하고 있' 는 것 같다고 묘사된다. 그 묘사는 에가미 부장에게도 해당되는 말이 아닐까 아리스는 생각한다. 무튼, 그런 식의 운치..들이 있다. <월광게임>에서는 조금 독특하네 생각했던 것들이 <외딴섬 퍼즐>에서는 만개한 느낌. 사건의 해결만은 여전히 지루할만큼의 설명이다. 연쇄살인, 클로즈드 써클, 살인범과 희생자 사이의 광기와 죄택감 등의 강렬한 감정들을 무마시키는듯한 논리의 지루함.. (뭐, 이것에 재미를 느끼는 본격 추리팬들이 많겠지만)
다음 작품이 기대된다. 대학생 아리스 시리즈로는 <쌍두의 악마>가 근간이고, 작가 아리스 시리즈로는 <하얀 토끼가 도망친다>가 나와 있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퍼즐이 하고 싶어져 버렸다! 몇년전에 처박아 둔 500피스 퍼즐을 꺼내어 완성해버리고, 다음에 할 지그소까지 주문해버렸다! '지그소 퍼즐'이 하고 싶어지는 부작용이 생길 수도 있다.는 이야기.
"자네들은 탐정소설연구회를 만들었다면서? 나는 그런 것에 관심은 없네만, 참 낭만적이군. 책을 읽는다는 것 자체가 비생산적이고 수상한 행위인데, 거기다 탐정소설만 골라 탐독한다면 이거야말로 방탕과 방종의 극치 아닌가? 나는 젊은 시절 독일문학에 잠시 빠진 적이 있었는데, 탐정소설이라니 정말 낭만적일세. 자유가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