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훔치거나 빌려 가서 돌려주지 않는 사람에게는 손안에 든 책을 뱀이 되게 하여 그 사람을 갈기갈기 찢게 하여라. 그 사람의 전신을 마비시키고 육신을 시들게 하여라. 자비를 구하며 큰 소리로 울부짖게 하고, 죽을 때까지 절대로 고통을 멎게 하지 말라. 절대로 죽지 않는 버러지라는 증거로, 책벌레들로 하여 그의 내장을 갉아먹도록 하라. 마침내 그가 마지막 처벌장으로 향하면 지옥의 불길이 그를 영원히 삼키게 되리라.

1월 첫날부터 읽기 시작한 알베르토 망구엘의 <독서의 역사>. 가벼운 독서 이야기로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전문적인 독서의 '역사'인 미시사에 가깝다. 한 중간부터는 책과 책 사이에 한챕터씩 읽으며 디너코스 중간의 '소르베' 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
위의 글을 읽다가 웃음을 터트리고 말았는데, 바르셀로나에 있는 산 페드로 수도원 도서관에 적힌 것이라고 한다. '책 훔치기' 챕터에 나오는 이야기이다. 책도둑은 도둑이 아니다.라는 이야기를 어디서 들었더라. 나는 딱히 욕심부리느라고는 아니지만, 책을 절대 빌려주지 않는편에 속한다. 사람마다 각자의 '책 빌리기 신경'은 대단히 달라서, 별 생각 없이 '너 책 많이 읽지, 읽을만한 책 좀 빌려줘봐' 라고 선심쓰듯 말하는 주변인을 보면, 속으로 빠직(아마 겉으로도 빠직) 하여, 좋게 말할 수 있을때도, 그럴만한 사이가 아님에도 '사서 봐' 라고 냉큼 받아치게 된다.
곰곰히 생각해보면, 아무리 별로인 책도, 내가 읽지 않은 상태에서, 누군가에게 빌려주는 일은 없다. 다 읽은 책이라고 하더라도, 책이 서가 밖을 나갈 지언정, 집 밖으로 나가지 않게, 동생 정도가 내가 생각할 수 있는 책을 빌려줄 수 있는 사람이다. 그렇다고, 책도 어쨌든 '물건'인데, 만원 안팎의 책을 빌려주지도 못할 만큼, 내 인생이 팍팍하다고 하면, 그건 또 그거대로 비사회적이고, 안된 일일 것이다. 그런 경우에는 '나는 책 안 빌려줘. 정 원하면, 사줄께.'라고 하여 공짜 없는 세상에 빚을 지운다.
이런 이유로, 나는 책을 빌려 줬다 돌려 받지 못해서, 위의 저주 아닌 저주를 할 일은 아마 다행히(?) 앞으로도 없을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