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끼리에게 물을 (양장)
새러 그루언 지음, 김정아 옮김 / 도서출판두드림 / 2007년 12월
평점 :
절판


서커스단에 들어가는 것보다 더 드라마틱한 일이 세상에 있을까?
주인공인 제이콥의 인생은 그렇게 180도 변했다. 

  캐멀이 나를 돌아보며 목청을 가다듬는다. 그러고는 한 단어 한 단어 음미하듯 천천히 말한다.
"이 자식아, 네가 탄 기차는 그냥 기차가 아니야. 이게 바로 <벤지니 형제 지상 최대의 서커스단> 기차, 그중에서도 비행단 기차라고." -54쪽-  

제이콥은 그의 특기를 살려 동물들을 돌보며 동시에 막일을 한다. 그곳에서 그는 말레나라는 서커스단의 스타에게 홀딱 반하게 되고, 특별한 코끼리 로지를 사랑하게 된다.

이야기는 아흔살이 넘은 제이콥의 좌절감 가득한 요양원 일상과 스물세살 기차에 뛰어오르고 난 후 겪었던 파란만장한 서커스단에서의 이야기가 교차되며 흘러간다. 

1930년대 대공황 시절, 서커스 기차가 다니며 서커스를 하던 시절에 대해 충실히 조사한 작가는 소문과 현실의 경계가 모호한 서커스단의 실화들을 책으로 끌어들였다. 기차 서커스라는 큰 스케일을 박진감 있게 묘사하였고, 서커스단에 몸 담은 이들, 동물들 이야기뿐만 아니라, 비즈니스로서의 서커스 이야기도 쏠쏠하니 재미나다.

주요 인물은 제이콥을 중심으로 배우들과 일꾼들로 나뉘는데, 제이콥은 수의사로 어정쩡한 위치에 놓여 있다.
동물감독이자 조련사인 오거스트라는 매력적인 나쁜놈(책을 읽을 수록 '매력적인' 보다 '나쁜놈' 쪽으로 기울어 마지막에는 천하에 때려죽일놈이 된다.)과 그의 아내인 서커스의 스타 말레나가 있다. 1초도 같이 있고 싶지 않은 오거스트와 1초도 떨어지고 싶지 않은 말레나 부부와 함께 다니며 제이콥의 갈등은 자라난다. 서커스단의 피라미드 꼭대기에는 엉클 엘이라는 피도 눈물도 없는 단장이 있다. 보잘것 없는 인물에서 전국의 망하는 서커스단에서 이것저것을 떨이로 사 모아 지금의 서커스단을 만들었다. 최고의 서커스단을 꾸리고 싶어하는 엉클 엘은 이제 수의사.를 가지게 되었고, 코끼리도 가지게 된다. 코끼리의 이름은 로지. 제이콥은 부전자전으로 모든 동물들을 사랑하지만, 그 중에서도 처음 본 코끼리 로지를 사랑하게 된다.  
광대인 난장이 월터와 그의 개 퀴니. 제이콥의 룸메이트이다. 원수처럼 이 박박 갈다가 진짜 친구로 거듭난다.

각각의 사연들보다 더 볼만 한 것은 당시의 서커스 이야기들이다. 중간중간에 꽤 많은 서커스 사진들이 흑백으로 들어가 있기도 하다. 서커스쪽 이야기는 시종일관 박진감 넘치고, 아흔살 노인의 이야기는 지나간 파란만장 과거와 대비되어 엄청나게 색이 바래 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없다. 내 과거의 유령들이 내 텅 빈 현재에 들어와 분탕질치는데,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그것을 바라보는 것뿐이다. 그러면서 죽음을 기다리는 것뿐이다. 과거의 유령들이 현재를 제집처럼 휘젓고 다닐 수 있는 것은 과거의 유령과 싸울 만한 강력한 현실이 현재 속에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나는 유령들과 싸우는 것을 그만두었다. 지금 유령들은 나의 현재 속을 제집처럼 휘젓고 다니는 중이다. 어서 와, 얘들아, 너희 집이라고 생각하고 편히 지내. 아, 미안해- 벌써 들어와 살고 있구나. 빌어먹을 유령 놈들. -29쪽-  
 
꽤나 속상한 이야기도, 꽤나 통쾌한 이야기도, 가슴 두근두근한 이야기도, 이런저런 회환들도 볼 수 있는 소설이다.
몇가지 굉장히 기묘한 이야기들이 실화라는 것은 꽤 충격적이다.  

 


코넬대학에서 수의학을 공부하며, 마지막 기말시험을 앞두고 있던 그는 수의사였던 아버지와 어머니가 교통사고로 돌아가셨다는 이야기를 듣는다. 설상가상으로 그에게 남겨진 것은 빚뿐이다. 마지막 기말시험을 보던 중, 그는 충동적으로 교실을 나가게 되고, 하염없이 걷다가 기차에 올라타게 된다. 
부랑아와 같은 몰골의 남자들에게 다시 기차 밖으로 던져질뻔하나, 캐멀이라는 남자가 그를 구해준다. 그리고, 제이콥의 인생은 180도 바뀐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