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캐넌의 세계 환상문학전집 5
어슐러 K. 르귄 지음, 이수현 옮김 / 황금가지 / 200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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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셈 레이의 '목걸이' 라는 단편이 <로캐넌의 세계>의 프롤로그격이다. 셈 레이는 왕국 하나만큼의 가치가 있는 자신의 동족의 것이었던 목걸이를 찾아 남편에게 혼수로 가져가고자 한다. 바람말을 타고, 땅굴족을 찾아 시간과 공간을 넘어 로캐넌을 만나 목걸이를 돌려 받는다. 그녀의 시간여행은 그녀를 시간에 잡아 놓았고, 그녀가 돌아왔을때 그녀가 사랑하는 존재들은 이미 늙거나 죽고 없었다.
 민족지 조사팀의 로캐넌, 팀에서 혼자 살아남은 로캐넌은 예전에 그가 목걸이를 돌려 주었던 셈 레이의 증손자인 용맹한 영주 모지언과 전설 속에나 나오는 남쪽 나라로 길고 힘든 여행을 떠난다.

방랑자이고, 신인 로캐넌. 그와 함께하는 오.. 모지언, 현명한 종족 피안, 충실한 야한, 그들의 발과 날개가 되어 주는 흉폭하나 순종적인 바람말들. 행성의 원주민 종족을 파괴하는 비행선, 헬리콥터, 무기를 지닌 사람들(?)에 맞서기 위한 여행은 힘겨웠다. 많은 것을 잃었고, 능력을 얻었고, 복수를 마쳤다. 
 
그는 남은 생애 동안 이곳에 유배되었다. 낯선 세계에 떨어진 아무 쓸모 없는 이방인. 중요한 문제는 아니었다.
그는 한 사람에 지나지 않았다.
한 사람의 운명은 그리 중요하지 않았다.
"한 사람의 운명이 중요하지 않다면, 무엇이 중요합니까?"

그는 기억 속에 남아 있는 그 말을 참을 수 없었다. 

<빼앗긴 자들>을 읽을때는 느끼지 못했던 서사적이고, 운명적인 거대한 이야기이다.
아마 헤인시리즈 1기격에 속하는 <로캐넌의 세계>, <유배행성>, <환영의 도시>까지를 읽고, 다시 읽는 <빼앗긴 자들>은 또 다른 느낌으로 다가올 것이다. 이 책이 쉽게 읽히지 않는 것은 어슐러 르 귄이 창조한 세계를 바로 이해하기 힘든 탓도 있지만, 그녀의 이야기가, 그녀의 이야기 속에 등장하는 각기 다른 방식으로 용감무쌍한 인물들에 느끼는 슬픈 경외감때문일지도 모른다. 조금 더 슬프고, 조금 더 고독하고, 조금 더 완전한 존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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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드 2008-12-15 04: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새벽에 슬퍼져 버렸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