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전설이다 밀리언셀러 클럽 18
리처드 매드슨 지음, 조영학 옮김 / 황금가지 / 2005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그래, 또 다른 시작인거야. 죽음 속에서 태어나는 새로운 공포. 영원의 요새를 정복한 새로운 미신. 
이제 나는 전설이야.

'1급 미스테리는 1급 소설이다' 라고 P.D. 제임스가 말하지 않았더라도, 그것은 너무나 옳은 명제이다. 호러나 미스테리가 B급 장르소설로 폄하되는 경향이 있지만, 호러와 미스테리로 가득한 인간세상을 표현하기에 가장 적확한 장르인 호러와 미스테리에 우리는 조금 더 점수를 주어야할지도 모른다.

내 기억 속의 모든 좀비 영화는 B급, 혹은 C급으로 기억되어 있지만, <나는 전설이다>와 같은 이야기는 A급 명작으로 기억될 것이다. 50년대에 나온 이 책의 스토리는 영화와 소설로 충분히 많이 우려먹어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여전히 명작이다.

핵전쟁, 혹은 세균전으로 지구상에 혼자 남은듯한 남자 주인공 네빌은 밤마다 흡혈귀가 된 좀비들의 방문을 받는다.
낮에는 자신을 방어하고, 흡혈귀들을 죽일 준비를 하고, 흡혈귀들을 죽이는 일들을 한다.

뒷마당에 키우는 마늘을 일주일에 한 번씩 수확하여 한쪽씩 까서 줄을 끼워 목걸이를 만들어서 문과 창문들에 걸어 놓는다거나 흡혈귀를 죽일 말뚝을 만들어 놓는다. 전날 흡혈귀들의 습격에 부서진 집들을 수리하고, 낮에는 여기저기 숨어서 자고 있는 흡혈귀들에 말뚝을 박아 죽이는 일을 한다. 계속 죽이다보면, 언젠가는 이 악몽이 끝이 나겠지.. 하면서

공포가 일상이 되고, 그 과정은 독자들에게 상당히 리얼하게 다가온다. 

그 과정에서 거대한 공포를 마주하는 고립된 인간의 모습 또한 생생하게 묘사된다.
술로 도피하고, 자학하고, 자살 충동을 느끼고, 여자에 욕정을 느끼고, 그러면서, 하루하루 해 나가야 할 일상적인 일들을 해 나가며 살아지는 무서운 일상의 수레바퀴.

결말은 꽤나 무겁다.
이것은 소설 속에나 나오는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가 세대를 거치면서, 이런저런 정치전쟁, 문화전쟁, 말그대로 전쟁 등의 전쟁을 거치면서 매번 겪고 있는
이야기일지도 모른다. 

한 시대/세대를 살아남는 것만으로도 전설이 되어 버리는 야만.   


댓글(3)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하이드 2008-10-05 00: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뒤에 나오는 단편들은 뷁!이다. 안 읽는 것이 정신건강상 좋음.

2008-10-05 20:31   URL
비밀 댓글입니다.

Beetles 2008-10-07 01: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이드님 동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