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탐정은 환영받지 못한다 밀리언셀러 클럽 73
P.D. 제임스 지음, 이옥진 옮김 / 황금가지 / 2007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아가사 크리스티의 뒤를 잇는다고 말해지는 영국의 추리작가 P.D. 제임스 여사. 처음 접해본 그녀의 작품이 하필, 그 유명한 달글리시 시리즈라기 보다는 두 편 나오고 만(그나마 두번째는 망한) 코델리아 시리즈이다. 코델리아 시리즈(라고 하기 민망하지만)는 비록 단 두 편이 나왔고, 앞으로 나올일은 요원해보이나, 'An unsutible job for woman 여자에게 적합하지 않은 직업'이라는 작품만으로도 코델리아라는 풋풋한 여탐정은 독자에게 큰 인상을 남긴다.

버니 프라이드Pryde는 사무를 봐주던 코델리아 그레이에게 동업자를 제안하고, 그녀는 그것을 받아 들인다. 암선고를 받은 버니는 사무실에서 자살을 하게 되고, 그녀에게 그의 사업을 물려준다. 그때 그녀의 나이 방년 스물둘.

풋풋한 여탐정에 대한 안 좋은 기억은 엘러리 퀸의 'z의 비극'에서 이미 충분한 트라우마를 남겼기에, 약간의 선입관을 가지고 보기 시작했지만, 이야기는 금새 그런 선입관따위는 날려버릴만큼 흥미진진하다.

갑자기 물려받게 된 사업. 그녀를, 아니, 사실은 버니를 찾아온 리밍이라는 여자는 그녀에게 유명한 과학자의 아들이 자살한 이유에 대해 조사해 줄 것을 요청한다. 부와 명예에도 불구하고, 목을 매 자살한 마크의 주변을 조사해 나가면서, 코델리아는 그녀 또래인 마크의 철없는 부자친구들을 만나게 되고, 평범한 자살이 아님을 직감한다. 그녀는 애송이지만, 사건을 조사함에 있어서 버니의 가르침에 충실히 따르려고 최선을 다한다. 그리고, 그런 버니의 가르침은 그가 스코틀랜드야드(영국 경찰)에 있을때, 그가 숭배하던 달글리쉬 경감에게서 나온 철학과 방법론들이다. 

어리고 풋내나는 여탐정이지만, 제법 하드보일드한 느낌까지 풍겼던 코델리아.  '열정'을 가지고 '이성을 잃은'채 '사랑의 중요성'에 대해 '외치지'만 않았어도 별 다섯개일뻔 했는데, 그 장면에서 그 동안 쌓아왔던 하드보일드 이미지가 무너졌다. 막다른 골목에 모였을때, 남자가 우는 것과 여자가 우는 것에 대한 차이가 이렇게 크다. 전자라면, 배로 감동 받지만, 후자라면, '역시 여자란..' 하며 김새기 쉽다. 여탐정은 독자에게 적합하지 않은지도 모르겠다.

시리즈가 계속되어 코델리아라는 풋내나는 탐정이 점점 자라가는 과정을 볼 수 있으면 재밌겠다. 싶은데, 두 번째 작품인 The Skull beneth the Skin(1982)'이 그닥 좋은 평을 못 들었고, 거기에서 끝났으니.. 명탐정 코델리아의 '시작'을 본 것에나 만족할 일이다.  무튼, P.D.제임스라는 작가에게는 관심이 가기 시작했다.

그러곤 수 분 동안 낮은 목소리들이 웅얼거리더니, 이사벨의 말이 그 분간할 길 없는 소리를 깨뜨렸다.
"내 생각엔, 그건 여자한테 어울리는 직업이 아니야."
의자가 바닥에 긁히는 소리와 서성이는 발자국 소리가 났다. 코딜리아는 죄의식을 느끼며 화장실로 쏜살같이 돌아가 수도꼭지를 잠갔다. 이혼 사건 의뢰를 받아야 할지 여부를 물어보자 버니가 은근히 득의양양해하며 던지던 훈계의 말이 떠올랐다.
"이봐 파트너, 남자가 되지 않으면 이 직업을 감당할 수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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