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을 읽으면서 가장 행복했던 때는?

    희곡 <포기Porgy>에 나오는 대사를 살짝 바꿔치자면, "행복은 잠시 머물렀다 지나간다". 행복의 느낌을- 일정한 시간이 지나고 나면 - 떠올리기 쉽지 않은 이유는, 아마도 그것이 일시적인데다 손에 잡히지 않으며, 거품과 같기 때문일 것이다. 만족감을 행복으로 착각하는 경우가 많은데, 만족감이란 행복함과 비참함 사이의 타협이라는 것이 나의 생각이다. 수많은 순간들을 훗날 되돌아보면 완전한 행복의 순간을 정확히 집어 내기란 불가능하다. 하지만 만족감이 지배하던 긴 기간을 기억해내기는 꽤나 쉽다. -빌 벨린저 <이와 손톱>中-

    읽고 있는 책 자체보다는 책을 '읽는다'는 행위에 만족하는 편이다. 그리고, 그것은 주로 주변환경과 관련되는데, 밥먹고 난 오후 책을 읽는데, 바람이 살랑살랑 들어와 피부를 간지럽힌다거나, 추운 겨울 집에 틀어박혀 따뜻한 담요 덮고, 담요의 온기를 만끽하며 책을 읽는다거나 (앞에는 커피 한잔), 여행중에 바다 근처에서 책 읽을때가 가장 만족스러움을 느끼는 때이다.
  • 읽으면서 가장 두려웠던 책은?
    '두렵다'는 것은 '무섭다'는 말과는 뜻도 그 뉘앙스도 틀린데, '무서웠던' 책이라면 스티븐 킹의 몇몇 책을 들겠지만, '두려웠던' 책이라면 뭐랄까, 인류의 미래라거나 그런 것과 관련된 인문사회학분야의 책일 것 같다. 그쪽 분야를 진지하게 읽지 않는지라 두려웠던 책은 없다.

  • 처음 손에 잡았던 책은?
    구피가 나오는 그림책. 기억에 남는 가장 오래된 장면. 그 다음은 그리스신화(국민학교 고학년용), 그 다음은 제인에어 세로글씨에 한문이 마구 섞여 있던. 이것들은 모두 국민학교 저학년때의 기억 

  • 가장 존경하는 책의 저자는, 그리고 이유는?
    존 버거 - 쉬운 글로 맘을 흔든다. 세상에 대한 무한한 관심과 부지런함.

  • 당신이 고르고 읽는 책들에 대해 당신이 가장 개탄하는 점은?(그럴 때가 있겠지)
    고르는 책들 : 충동구매에 의해 고르는 문학 외의 허접한 책들. 소설은 허접해도 돈이 아깝다거나 그렇지 않은데, 그 외의 책들은 충동구매시 간혹 걸리는 허접한 책들을 보면, 땅을 치고 후회한다.

    읽는 책들 : 읽어치워야 한다는 생각이 너무 크다. 지금까지 읽은 책들 중에서만 골라도 죽을때까지 재독, 삼독하면서 음미할 책들 많은데, 그런 책들의 수를 더 늘리기 위해, 많이 급하게 읽고, 서둘러 버리고, 한두권을 남긴다. 그럴 필요 없는데.

  • 어떤 타인의 독서편력에서 당신이 가장 안타까운 점은?(그럴 일이 있다면)
    별로 상관하고 싶지 않다.. 기 보다는 상관하면 안될 것 같...지만, 속으로 '이런이런 책'을 읽다니, 통재로다. 따위의 생각을 종종 하는 편이다.

  • 당신을 가장 당혹스럽게 만들었던 책은?
    없다. 당혹했던 기억은 나지 않는다.

  • 가격은 뒤로 하고, 가지고 있거나, 있었던 책 중 가장 소중하고 의미있는 책은? 그 이유는?
    레이몬드 챈들러의 네작품을 모아 놓은 하늘색 양장의 원서. 필리의 '후더닛'이란 미스테리 전문 헌책방에서 산 책인데, 그 책을 보면 여러가지가 생각난다. 정성들인 책이고, 구하기 힘든 책이고, 오래된 책이고, 챈들러의 책이라 소중하다.
  • 사랑하는 사람에게 주고 싶은 책이 있다면?
    사랑하는 사람과 책을 나눌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책에 대한 취향은 비슷해도 그만, 그렇지 않아도 그만이다. 이것은 사랑하는 사람 뿐만 아니라, 친구에게도 마찬가지. 책을 주는 것은 그 사람이 책을 읽기를 바라는 마음일텐데, 그런건 사랑하는 사람보다는 그런 책을 좋아하는 취향의 사람에게 더 적합하다.

    앤 패디먼이 잠자리에서 남편과 서로 책 읽어주는거, 그건 좀 많이 해보고 싶은 일 중 하나인데, 요즘 같으면 나는 떼살인이 나오는 <야성의 증명>을 읽어줘야 한다.

  • 책이나, 읽는 행위가 당신을 침울하게 만들 때가 있(었)는지? 
    침울함을 더하거나 덜하기 위해 책을 읽기는 하지만, 책을 읽으면서 책이나 책을 읽는 행위 때문에 침울해지지는 않는다.

  • 당신의 서가에서 가장 싫은 책은?
    에도가와 란포의 책들. 그래서 읽는 족족 방출이다. 방출조차 하기 힘든 허접한 경영서들. 버릴꺼다.

  • 싫은 것과는 다른 의미로, 도무지 읽기 힘든 책이 있다면?
    조르주 페렉의 <인생사용법> 한국책이 정말 고팠던 적이 있는데, 그때도 못 읽어냈던.. 책이다. 이 책에 대한 유감은 없다. 언젠가는 다 읽을꺼다. 언젠가는...

  • 그 책의 저자이고픈 책이 있는지?
    오- 많다. 작가란 범접하지 못하는 타고나는 존재다. 라는 생각이 드는 책들.
    http://blog.aladin.co.kr/misshide/2245464 요기 나와 있는 대부분의 저자들

  • 어떤 책을 읽으면서 죄책감이 들 때가 있는지?
    있을 것도 같긴한데, 기억나지 않는다. 허접한 책을 읽을때 나무한테 미안하긴 하다.

  • 부모에게(누군가에게) 처음 받은 책은? 혹은 이제까지 받은 책 중 기억나는 책은?
    필립 아리에스의 <죽음 앞의 인간>, 윌리엄 모리스 <에코토피아 뉴스>, 나이즐 스피비<그리스 미술>
    지승호 <감독, 열정을 말하다>, 롤랑 바르트 <사랑의 단상>

  • 책 때문에 누군가에게 미안해 본 적이 있는지? 만약 그렇다면, 그때의 일을 후회하는지? 
    책 때문에 미안할 일은 어떨 때 생길 수 있을까.가 궁금해지는 질문.

  • 책을 사랑한다는 건, 당신에겐 어떤 의미?
    딱히 사랑한다거나 하는건 아닌 것 같은데

  • 사는 동안 일생의 책,을 만날 수 있다고 생각하는지? 그렇다면 그건 어떤 책일까? 
    일생의 사랑은 이번 생에 못 만날 수도 있다.고 생각하지만, 일생의 책은 만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못 만난다면, 지금까지 만난 책 중에서 하나 정하지 뭐. 책은 그게 된다. 사랑은 안 되도.

    그건 어떤 책일까? 글쎄. 그건 어떤 책일까?

  • 책의 냄새를 좋아하는지?
    좋아한다.

  • 그런 뜻이 아니면서 "그 책 괜찮아"라고 말해본 적이 있는지?
    아마 없을듯. 별로 중요하고 꼭 그래야만 하는 이야기가 아니라면 , 예컨데, 어머님은 꼭 건강을 다시 되찾으실꺼야, 걱정마. 같이. 싫은 걸 좋다고 하는 일은 거의 없는 편이다. 좋은 걸 싫다고 하는 일도 없지만.

  • 가장 경멸하는 생존 저자는, 그리고 이유는?
    전여옥? 그냥 그 이름이 자연스레 떠올랐다. 근데 오늘따라 '경멸'이란 말은 사람한테 쓰면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 한때 좋아했으나, 절대 이렇게 되면 안 되겠다고 뒤늦게 알게 된 저자가 있다면?
    없다. 앞으로도 없을꺼다. 책은 책으로만 읽는다. 저자가 훌륭하면 좋겠지만, 그렇지 못하다고 책의 매력이 떨어지지는 않는다. 여기에 예외는 없다. 저자가 나에게 해꼬지하지 않는이상(이건 거의 가능성 없는 일이니깐 ^^;)

  • 책과 책읽기에 가장 큰 실망을 느꼈던 때는?
    없다. 앞으로도 없기를 바란다.

  • 당신의 과거를 편집할 수 있다면 과거의 당신에게 무슨 책을 먼저 읽히겠는가?(세 권 한정)
    분명한건 지금의 나보다 과거의 내가 책을 더 많이 읽었다는 거. 더 진지한 마음으로. 그러니, 과거의 나에게 지금의 내가 이래라저래라 하긴 좀 뭣하다.

  • 책이 있는 곳이면 어디든 갈 수 있다면, 어디로 가겠는가?
    질문이 이해 안간다.어디든 갈 수 있다면 어디로 가겠는가? 란 질문인가? 책 속에 나오는 장소 중 어딘가인가? 만약 그렇다면, 앰버 연대기나 반지의 제왕 속으로 들어가고 싶다.

  • 쉬면서 읽기에 적절한 책은?
    흠. 쉬면서 읽기에 적절하지 않은 책은 뭔가?

  • 이 책의 성묘사만큼은 단연 최고라고 생각했던 책은?
    흐음. 있을법도 한데, 요즘은 그닥 '이 성묘사 너무 멋지다!' 고 읽은 성묘사가 없다. 웬지 삶이 팍팍한 것 같아 억지로라도 노력해서 찾아서 '이거다' 라고 얘기하고 싶은 심정이다.
  • 죽음에 대해 가장 잘 설명하고 있는 책이 있다면?
    가장 잘 설명.은 모르겠지만, 읽으면서 '죽음'에 대해 생각하게 한 책은 미미여사의 <외딴집>이라던가, 마르케스의 <백년동안의 고독>

  • 당신의 독서의 질을 향상해줄 단 하나가 있다면?
    돈과 시간과 건강 .. 하나만 골라야 하나? 돈. 돈으로 시간도 건강도, 그리고 책도 살 수 있다.

  • 책과 함께하면서 당신이 이룬 것 중 가장 대단하다고 생각하는 일은?
    없다.

  • 책과 책읽기가 당신에게 가르쳐준 가장 중요한 교훈은?
    딱 집어서 말하기 힘들다(고 하면서 열심히 생각하는 중)

  • 우리에게 당신의 책과 책읽기에 대한 비밀을 하나 말해달라. 
    나의 고양이님은 책을 좋아한다. (속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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