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어붙은 송곳니 시공사 장르문학 시리즈
노나미 아사 지음, 권영주 옮김 / 시공사 / 2012년 1월
평점 :
절판


아.. 책 읽고 울어본게 얼마만인지. 지금도 훌쩍이며 리뷰를 쓰고 있다. 이런 내용인 줄 알았으면, 안 읽었을텐데 말이다.
도대체 어떤 내용이길래?! 할까봐 미리 얘기하면, 피도 눈물도 없는 나의 눈물보를 지금도 터뜨리게 하는건 바로 '플란더즈의 개'라는거. '인어공주'나 '성냥팔이 소녀' 같은 이야기엔 울지 않는다. 어릴적부터.. 지금도.. 제목인 '얼어붙은 송곳니'는 아마 책 속에 나오는 울프독 질풍의 그것이리라. 

24시간 패밀리 레스토랑, 호퍼의 '나이트혹스' 일본판 정도일 쓸쓸한 밤의 그 곳에 불이 난다. 불의 원인은 한 남자의 벨트에 설치된 폭약. 자칫 테러로도 여겨질 수 있는 사건을 조사하기 위해 특별수사본부가 설치된다. 두명씩 짝을 지어 수사하게 되는데, 다카코는 다키지미란 땅딸막한 중년의 형사와 짝이 된다.

남자들만의 세계에서 극소수인 여자형사로서의 다카코는 그들만의 세계에서 살아남는 방법으로 포커페이스를 선택한다. 대단한 사명감이나 불굴의 의지가 있어서, 혹은 정의감에 불타서 그녀가 그자리까지 간 것이 아니란 점이 맘에 든다. 그저 소아천식을 낫게 하기 위해 배운 합기도를 활용하고 싶었고, 제복에 대한 동경도 얼마간 있었고, 책상앞에 붙어서 하는 일은 적성에 안 맞았고 그 정도에서 시작했으나 상황은 그녀를 경시청 전체에 여섯밖에 안 되는 여자형사로 만들었다. 때로는 트로피성 진급이었고, 때로는 그녀의 전보직(오토바이 기동대) 때문이기도 했으니, 운도 있었고, 버틸 성격과 오기도 있었다. 순진했던 경찰 초년병 시절 같은 기동대 출신의 남편을 만나 결혼하고, 그녀만이 형사과로 진급하면서 생겨난 갈등과 남편의 외도로 이혼한 후 독립하여 생활하고 있는 그녀는 그닥 특별해 보이지 않는다. 트러블메이커인 동생도 있고, 장녀콤플렉스도 있다. 방광염도 있고, 외로움도 많이 탄다. 포커페이스이지만, 속으로는 투덜거릴꺼 다 투덜거리는 어찌보면 귀여운 여자다. 전형적인 중년 남자 형사인 다키지마를 만나 그녀를 무시하는 것을 보며 속으로 그를 황제펭귄이라 부른다.

그녀와 다키지마가 파트너로서 서로 마음을 열어가는 모습도 이 작품의 볼거리다. 막 과장된 상황설정같은 것은 없어서 더 좋다. 일본 추리소설 중에 이렇게 담담한 책을 읽어 보는 것도 오랜만이다. 경찰소설 하면 과잉감정의 대표주자 요코야마 히데오가 떠올라서일지도 모르겠다. 이 책은 그보다는 에드 맥베인의 '87분서 시리즈'나 J.J 메릭의 '기대온 시리즈' 와 같은 경찰시리즈에 가깝다. 다만 오토바이를 잘 타는 여자형사가 등장하고, 이작품의 소재가 다소 특이한 '개'라는 것이 좀 튀는 점이라면 튀는 점이랄까.

발화의 시점이 된 소사체로 발견된 그 남자를 조사하던 중에 그의 다리에 난 짐승에 물린듯한 상처를 발견하게 되고, 비슷한 시점에 커다란 짐승에 의해 물려 죽은 회사원의 시체가 발견된다. 폭발물과 늑대개로 추정되는 짐승을 조사하는 반이 나뉘고, 다카코네는 늑대개를 조사하게 된다.

작품의 클라이막스.. 두고두고 잊혀지지 않을 것 같은 내 눈물을 쏙 뺀 장면은 추적신이다. 다카코는 소위 '도마뱀'으로 불리우는 오토바이 기동대 중에서도 특별히 잘하는 사람을 뽑아낸 형사중 하나이기도 하다. 다카코와 오토바이 이야기는 뜬금없이 얘기를 이어가기 위해 툭 튀어나오는 것 아니고, 이야기내내 나온다. 다카코와 질풍의 고속도로 추적신은 말로 표현하기 힘든 해방감과 속박감과 안타까움과 그 모든 것을 초월한 무언가를 느끼게 한다. 개 이야기에 극도로 민감한 나에게만 그런건 아니고, 번역자에게도 그랬다고 하니, 믿어보시라.

기억해둘 이름이 하나 더 생겼다. 만세- 그 이름은 바로 노나미 아사. 여형사 오토미치 다카코  시리즈의 장편과 단편집이 더 있다고 하는데, 인상적인 첫작품으로 우리나라에 소개된만큼, 더 나와주었음 하는 바램이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마냐 2008-08-24 01: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별 다섯개네여...쯔르릅.

Beetles 2008-09-06 14: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이러니 제가 알라딘 로긴하면 하이드님 서잴 걍 못지나친다구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