럼두들 등반기
W. E. 보우먼 지음, 김훈 옮김 / 마운틴북스 / 2007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피로라는 문제는 두 가지 측면을 갖고 있다. 인간은 과로하면 피곤해진다. 몸을 아끼면 게을러진다.
고소 적응 문제는 세 가지 측면을 갖고 있다. 첫째, 인간은 높은 데서 얼마간 시간을 보내야먄 높은 산을 제대로 오를 수 있다. 둘째, 높은 데서 너무 오래 있으면 몸 상태가 나빠진다. 따라서 고산지대에서 지내는 것은 침낭 속에 들어가 있는 것과 아주 비슷하다. 셋째, 저지대로 내려오면 몸 상태가 좋아질 가능성이 높다. 그 모든 문제는 심리적인 요인 때문에 복잡해진다. 심리적인 요인과 관련된 원칙으로 나는 딱 하나의 원칙만을 갖고 있다. 만족스러워하는 대원은 좋은 대원이다.

빌 브라이슨의 책을 읽고 나서 일게 된 책의 서문이 빌 브라이슨이라니!
서문이라기엔 조금 긴 <일곱명의 사랑스러운 무능력자와 함께 하는 코믹 등반 소설>은 빌 브라이슨이 나름 발굴했다고 해도 좋을 코믹 소설이다. 우연히 얻게 된 이 책을 읽고, 저자에 대해 알아보려 했지만, 불가능했고, 그렇게 그는 이 책을 가지고 있었다.

럼두들이란 가장 높은 산을 등반하는 일곱명의 탐험대와 포터들의 이야기인데, 등산 소설에서 기대할 수 있는 긴박함과 위기감과 스릴 등이 없는 대신, 처음부터 끝까지 담담하게 웃기는 좌충우돌 탐험대들의 이야기가 있다.

럼두들은 저자 보우먼이 창조해 낸 이름인데, 지도상에서 찾아볼 수 있다. 어째서인가 하니, 이 책은 등산가들 사이에선 이미 입소문이 난 책이었고, 절판된 후 오랜동안 등산 장비점에 가야만 복사기로 프린트된 것을 구할 수 있었다. 1950년대 후반에는 오스트레일리아의 남극 탐험 대원들이 책에 대한 애정으로 몇몇 지형에 거기서 따온 이름을 붙였고, 남극 지도에 그대로 들어가 '마운트 럼두들'은 공식적인 지명이 되었다. 소설이 할 수 있는 일이란 정말 놀랍지 않은가?

그레이트 럼두들 퍼즐이라는 게임이 생겼고, 네팔의 카트만두 시에는 럼두들이라는 식당이 개업하여 현재까지도 성업중이다.

이만하면 레전드라 불릴만 하지 않은가. 

현존하는 작가중 가장 재미있게 글을 쓰는 작가라는 호칭을 타임스로 부터 받은 빌 브라이슨이 세상에서 가장 재미있는 책 중 하나라며 권하는 이 책은 실은 빌 브라이슨의 서문만큼도 웃기거나 하지는 않다. 가끔씩 피식 낄낄낄 웃기는 하지만, 빌 브라이슨의 책처럼 큰웃음을 주거나 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위에 쓴 것처럼 이 소설은 등산가들/탐험가들 사이의 컬트로 내려오는 레전드이고, 나는 그런 그들의 세계를 조금이라도 엿본듯해서 꽤 재미있게 읽었다.

등산 소설에 뭐 있나. 
산이 거기에 있기에 오른다. 
오른 후에는 반드시 내려온다.

양념처럼 들어간( 혹은 꼭 들어가야 하는데 내가 이유와 맥락을 파악 못한) 이야기로는
탐험대장 바운드의 약혼녀 이야기 수집과 현지인 요리사인 풍의 참을 수 없는 존재의 미스테리함.이다.
그러니깐, 등산 이야기만 주구장창 나오는 것은 아니란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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