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기도연대 風
쿄고쿠 나츠히코 지음, 이길진 옮김 / 솔출판사 / 2008년 7월
평점 :
절판




바람직하게도 점점 두꺼워지는 쿄고쿠 나쓰히코의 교고쿠도 시리즈.. 차례/목차도 없이, 해설도 없이, 어떤 군더더기 페이지(?) 도 없이 694페이지를 꽉꽉 채운다. <우부메의 여름>으로 시작하여 <광골의 꿈>까지 나온 시리즈는 교코쿠도라는 고서점 주인을 중심으로 3류 미스테리 소설 작가 세키쿠치, 다혈질 형사 기바, 사립탐정 에노키즈 등이 나오고, 시리즈가 진행될수록 불쌍한 캐릭터와 하인 캐릭터들이 하나씩 추가된다.

<백기도 연대 風>은 전편인 雨에 이은 장미십자 탐정단의 세상의 유일한 탐정 에노키즈 특집, 교코쿠도 외전판이라고 할 수 있다. 교코쿠도의 특징인 교코쿠도의 장광설과 호러틱한 분위기는 줄되 막무가내 탐정인 에노키즈의 성격처럼 시트콤 버전에 가볍다면 가벼운 사건들인 것이다. 외전이라고 무시하지 마시라. '메피스토'라는 잡지에 소개되었던 중편소설 3개를 실고 있는 <백기도 연대 風>은 왠만한 소설책 3권의 분량이다. 시트콤 버전이라고 해도, 언제나처럼 교코쿠도는 사건 해결의 중심에 있고, 사건은 교코쿠도 시리즈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일본의 옛 요괴들을 등장시킨다.  

에노키즈의 성격을 네자로 정의한다면 '막무가내'일 것이다. 교코쿠도 무리를 제외한 주위의 모든 사람들을 하인 캐릭터로 만드는 '안하무인'이다. 귀족집안에 재벌집안에 홀로 나와 탐정일을 하고 있고, 자신이 세상의 유일한 탐정이라고 말하며, 탐정은 직업이 아니라, 호칭이라는 이상한 소리를 하기도 한다. 재미있는 일에만 몸을 움직이고, 하드웨어로 말하자면, 초절정 미남에 키도 크고, 싸움에는 지지 않는, 일당백까지는 아니래도 1: 17정도는 가뿐하게 박살내주는 초인적인 캐릭터이다. 아, 그리고 이치의 성격을 규정짓는 조금 특이한 것 한가지를 추가하자면, 다른이들의 기억을 본다는 것.

이 시리즈에 나오는 주요 캐릭터중 하나는 배관공 '모토시마아무개' 이다. 에노키즈 탐정 사무소의 부하 마사다나 비서 도리키치 외에 가장 확고한 하인 캐릭터이고, 조금 과장한다면 추리소설 사상 최고의 자학캐릭터이다.( 에노키즈가 그렇게 만든다;;)
雨에선 낯설었던 캐릭터가 風에서는 완전히 자리잡았다. 덕분에(?) 내가 가장 좋아하는 세키쿠치가 한 번도 등장 안했다는 아픔이 있긴 하지만 말이다.

작품에 나오는 세가지 중편은 다음과 같다.

<오덕묘> : 다섯가지 덕을 지닌 고양이. 일곱가지 덕 중에서 다섯가지 덕을 지니고 있고, 두가지가 없기에 부족한 부분이 고양이를 요괴로 만들었다. 보기 쉽지 않은 '고양이 장광설'을 볼 수 있다. 사건의 중요키인 마네키네코( 한쪽 앞발 들고 있는 복/사람을 부르는 고양이)는 첫 소설인 <오덕묘>와 마지막 작품인 <면령기>에도 등장한다. 고양이 만세! 마네키네코 만세! 오랜만에 만난 교코쿠도여서인지 나는 시종일관 모토시마와 같은 위치였다.

'나는 무슨 소리를 하는지 알 수 없었다 ' 199쪽

주젠지의 설명으로 보충수업하는 모토시마와 독자인 나;; 이런 상황은 교코쿠도 시리즈를 읽는 사람이라면 낯익은 상황이므로 놀랄건 없다.

두번째 작품인 <운외경>은 거울에 대한 이야기이다. 거울을 통해 진실을 본다는 '영감靈感탐정'이 등장한다.풉. 모토시마를 마구 괴롭히는 영감탐정. 물론 에노키즈에게 사정없이 깨진다. 에노키즈는 하인을 위해서는 아니라도, 재미있는 일을 위해서라면 언제든지 몸을 던진다.

마지막 작품은 <면령기> 먼먼 옛날에 만들어진 가면 이야기이다. 에노키즈의 아버지인  자작이 등장. 두둥-  

두번째 작품의 소재인 '거울'이나, 마지막 작품인 '면령기'의 소재인 '가면'이나.
교코쿠는 '거울'과 '가면'을 통해 인간 본연의 모습과 위장된 모습에 대하여 교코쿠 답게 이야기를 풀어낸다. 
<면령기>의 마지막 장면은 숙연하기 까지 하다.

이래저래 전편보다 더욱 만족스러운 독서였다.  여름을 기다리는 것은 새로 나올 교코쿠도를 기다리는 것과 같다.

※교코쿠도 시리즈는 '반드시!'는 아니지만, 90% 정도는 순서대로 읽는 것이 좋다.
백기도연대 雨를 읽고 風을 읽을것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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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석 2008-08-04 16: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풍도 나왔군요. 보러가야..총총.

하이드 2008-08-04 22: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읽어도 읽어도 끝이 없네.. 싶었는데, 다 읽고 나니 아쉽. 우부메의 여름부터 복습이나 해볼까봐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