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얼 월드의 몬스터

GOTH 고스 - 리스트 컷 사건
오츠이치 지음, 권일영 옮김 / 학산문화사(단행본) / 2008년 5월

오츠 이치의 작품은 그 자신은 인정하고 싶어 하지 않지만 '애절한' <퓨어계>와 <암흑계>로 나뉜다고 한다. 퓨어계의 소설들은 그야말로 말랑말랑한 일본 소설들이고( 개인적으로 너무 평범해서 읽었다.는 기억만 남는) <암흑계>의 소설들은 호오가 있기는 해도 기억에 남는다.

이 작품의 반인륜성때문에 판금조치가 내려질거란 이야기를 들었다. 확실히 이 이야기들은 잔인하다. 작가는 '그런' 사람들이 존재할꺼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자신의 작품 속 '그런' 사람들은 사람들 속에 섞여 있는 괴물이라고 말한다. 책을 읽는 동안 이 작가는 정말 정상이 아닐꺼야. 라고 몇번이고 되뇌었던 것에 비하면, 지극히 정상적이고 소심하기까지한 후기이다. 후기는 퓨어계?

여섯가지 인상깊은 단편이 나오는데, 등장인물인 소년'나'와 '모리노' 가 계속 나오므로 연작단편집이다.

<암흑계>에서는 소녀들을 살해하고 갈기갈기 찢어 놓는 연쇄살인범이 나오고, <리스트컷 사건>에는 손에 집착하는 손도둑이 나오고, <흙>에서는 생매장에 집착하는 범인이 나온다.

범인보다는 범죄가 부각되고, 아니, 범인의 캐릭터는 거의 없다고 해도 좋을 정도다. 죽음을 지켜보기를 좋아하는 '나'와 '모리노'의 이야기가 훨씬 인상 깊다. 그렇기에 미스테리, 호러임에도 불구하고, 이 독특한 두 커풀덕에 평범하지 않은 사건의 해결과 결말이 있다는 것이 이 연작집에 등장하는 공통점이라 하겠다.

<개>에서는 동네 애완견을 훔쳐서 죽이는 소녀와 개의 이야기가 나오고 <기억>에서는 모리노의 죽은 쌍둥이 자매 이야기가 나온다. 마지막 단편인 <보이스>는 언니를 갈기갈기 찢어 죽인 ( 첫번째 단편인 '암흑계'의 살인방법과 같다. 성의없게스리;) 살인범에게 언니의 마지막 목소리가 담긴 테이프를 받는 동생의 이야기이다.

이런 소설들이 끔찍하다고 하지만, 나는 차라리 인간 심리를 묘하게 후벼파는 스티븐 킹이나 에도가와 란포 등이 더욱 끔찍하고 무섭다. 이 책에 나오는 소재들은 말그대로 '괴물'일뿐 현실로는 와닿지 않는다는 얘기다. 작가가 의도했던, 그렇지 않았던.
의외로 기억에 남고, 반전들 역시 기억에 남는다.(같은 패턴이 계속 반복되는건 좀..)

여섯개 단편 모두 눈길을 끄는 좋은 단편집이다. <zoo>가 그랬듯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