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욕망이 다 자유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하지만 자유란 하나의 욕망이 인정받고 선택되고 추구되는 과정과 경험에 다름 아니다. 욕망의 목표는 대상에 대한 소유가 결코 아니다. 욕망의 목표는 대상의 변화다. 욕망은 바라는 것이다. 바로 지금 바라는 것이다. 그 바람에의 성취가 모두 자유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자유는 그 바람이 지고(至高)함을 확인해 준다. 
하느님은 지금 가난한 자의 곁에 계신다.

한 주일의 하루하루를 채우는 일곱 켜의 절망.

잔해란 건물의 파편, 도로의 파편, 일상의 파편들이다. 점령군의 불도저에 정기적으로 철거된 건물들이 없는 팔레스타인 마을은 거의 찾아볼 수 없듯이, 지난 오십 년간 강제이주당하지 않은 팔레스타인 가족은 거의 없을 것이다. 말에도 이런 잔해가 있다. 아무런 뜻을 갖지 못하는 말의 잔해, 그 의미가 파괴되어 버린 말의 파편을 말한다. 잘 알려진 고약한 예가 바로 이스라엘군의 공식 명칭인 '이스라엘 방위군(IDF)' 이란 말로, 실상 이스라엘군은 방위군이 아니라 정복군이다.

선언적 원칙과 현실 정치 사이의 간극은 역사를 통해 늘 있어 왔다. 공식적인 발언과 선언들은 과장으로 점철되곤 한다. 그러나 이곳 팔레스타인에서는 반대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말의 크기가 실제 사건의 크기보다 훨씬 작은 것이다. 여기서 실제 사건이란, 한 민족과 그 민족에게 약속된 국가에 대한 교묘한 파괴행위이다. 그러나, 이런 파괴행위에도 말은 오히려 잦아들고 애매한 침묵만이 드리워져 있다.

                                            존 버거 <모든 것을 소중히하라>中


댓글(2)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그린브라운 2008-07-15 08: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멋지네요 ^^ 저는 회사에 나와서 "알라딘을 읽는 아침" ^^;;

하이드 2008-07-16 08: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후- 그건 필수구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