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의 저편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임홍빈 옮김 / 문학사상사 / 2005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나는 밤과 친한 사람
빗속으로 걸어나가, 빗속에서 돌아오곤 하지.
도시의 가장 변두리에 있는 빛까지 걷곤 하지.
로버트 프로스트

<어둠의 저편>의 원제는 after dark 어둠후에 이다.
그것은 어둠이 깔린후에라는 이야기일까, 어둠이 끝난후에라는 이야기일까.

밤이 내린 패밀리 레스토랑 데니스.  마리는 두꺼운 책을 읽고 있다.
책의 챕터는 자정에서 다음날 새벽까지의 시각들로 나누어져 있다. 
각각의 챕터는 각각의 등장인물들의 이야기. 각각의 등장인물들은 마리에서 다카하리. 다카하리에서 히카루. 히카루에서 마리로 마리에서 시와가나로.. 연결된다. 

아름다운 언니 에리와 씩씩한 동생 마리
러브호텔에서 얻어맞는 마리와 동갑인 중국인 매춘부.
러브호텔 알파빌의 지배인인 전 프로 여자 프로레슬러 선수 카오루.
잠 자지 않는, 잠 자지 못하는 밤의 이야기들과 함께  하루키 선곡의 주옥같은 재즈곡이 가득이다. 

하루키는 그의 다른 글에서 새벽 3시를 죽음의 시간이라고 말한다. 밤이 지닌, 밤만이 지닌 그 매력/마력을 하루키는 이야기하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해 아래서는 평범한 이야기도 밤이라는 시간에서는 특별하고, 나른하다.  

내가 말하고 싶은 건 이런 거야. 한 인간이, 예를 들어 설사 그가 어떠한 인간이든, 거대한 문어 같은 괴물에게 포박을 당해 꼼짝 못하고, 어둠 속으로 빨려 들어간다면, 어떤 이유나 핑계를 댄다고 해도, 그건 차마 인간으로서 견뎌낼 수 없는 광경이란 거야  

하루키의 잡문들은 점점 와닿고, 소설은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알 수 없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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