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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연결되어 있습니까 ㅣ 교양 100그램 10
고미숙 지음 / 창비 / 2025년 10월
평점 :
인간은 혼자 살아갈 수 없는 존재이고, 생존 자체는 물론이고, 생기 있게 사는 것이 어려우며 '좋은 삶'을 꾸리기는 더더욱 어렵다. 나이들수록 관계가 가장 중요한 요소라는 이야기는 오랫동안 많이 봐왔다.
혼자서 보내는 시간이 제일 좋은 나는 나에게는 해당되지 않는 이야기라고 생각하며 살아왔다. 그러니깐, 니가 먹는 쌀을 위해 농부가..라는 곳까지 가지 않는 이상 말이다. 코로나 시절에야 혼자 집에 있으면 미쳐버릴 것 같다는 사람이 그게 그냥 하는 말이 아니라 진심이라는 걸 알고, 사람이 이렇게 다를 수 있구나 깨달았다.
싫어도 함께 해야 하는 사람들과 보내는 시간은 학교와 회사, 그리고 가족과의 시간 정도일텐데, 나는 그 모든 것에서 거의 벗어났다. 지금 내게, 싫어도 함께 해야 하는 사람들은 없다. 온라인, 오프라인 모두 그렇다. 온라인은 좋아도 함께 가지 못하는 경우들이 있고, 사실, 시절인연이라는 말을 끌어오지 않아도 오프라인도 사실 마찬가지가 아닌가 싶다.
지금도 혼자인 시간이 제일 소중하지만, 연결 또한 중요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온라인에서 오프라인에서 사람 만나는 기회가 있다면, 기꺼이 나가는 편이다. 외향적인 사람들이 보기에는 한참 부족하겠지만, 사람과 만남으로써 새로운 것이 생겨난다는 것을 요즘 부쩍 느끼는 중이라서 더 그렇다. 평범하지는 않은 이유라고 생각되지만, 혼자서 무언가를 파고 들 때 깊이를 얻을 수 있지만, 그리고, 그 시간 또한 꼭 필요하지만, 타인과 함께 함으로서 새로운 무언가가 더해지고, 만들어진다. 이걸 뭐라고 해야할지 아직 잘 모르겠지만, 여기까지는 왔다.
창비 교양 100그람 시리즈 궁금했는데, 고미숙의 이야기로 첫 스타트를 끊게 되었다. 내가 모토로 삼는 '쓰기 위해 읽는다' 는 이야기의 출처이고, 평생 공부를 설파하는 분이어서 내심 가까이 여기고 있었다.
이번에도 역시 또 좋은 말 듣고 담아두었다.
인생은 하루다.
읽고 말하기, 쓰기가 연결의 첫걸음이다.
"물질적 요소가 충분히 충족된 후, 즉 일의 성취와 화폐의 축적이 이루어지거나 혹은 충분히 늙은 다음, 그때가 오면 정신 혹은 마음에 대해 생각해보겠다는 식은 패착입니다.
그런 시간은 오지도 않을뿐더러, 설령 그런 때가 도래한다 해도 불가능한 일입니다. 이미 물질과 소유만을 위해 전력질주한 다음이라 멈출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핵심은 '지금 당장' 시작해야 한다는 겁니다. 가장 좋은 방법이 일상, 즉 하루를 기준으로 삼는 것입니다.
하루를 어떻게 살아내느냐, 즉 오늘의 패턴과 방향이 인생 전체를 가늠한다고 봐도 무방합니다.
따라서 지금의 처지가 어떻든 하루에 단 1시간, 아니 단 10분이라도 정신활동의 시간을 확보해야 합니다." (54,55)
너무나 내가 좋아할만한, 내 입맛에 맞는 이야기라서 외려 더 말하기 힘든 이야기다.
"하루를 어떻게 살아내느냐가, 오늘의 패턴과 방향이 인생 전체를 가늠한다."
그렇거든요. 오늘을 뒤로 좀 늘린 어제, 오늘을 앞으로 좀 늘린 내일, 하고 싶은 일을 해내기 위해 늘 유지하는 마음.
현재를 혹은 현재부터 가장 중요시하고, 아끼며 살아가는 것.
연결되며 나오는 생기, 생명력 같은건 아직 모르겠다. 왠지 에너지 닳는 느낌인 내향인이긴하지만, 에너지 쓸 때는 써야 해서, 내 안에서 돌아가는 혼자를 위한 에너지 뿐만 아니라 연결될 때만, 부딪힐 때만 생기는 에너지들 또한 꼭 필요하다. 아이부터 노인까지. 태어나서부터 죽기 전까지.
이 책이 독자에게 건네는 질문이라면, '당신은 연결되어 있습니까' 라고 묻는 질문이냐면, 이전과 달리 연결될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라고 답할 수 있을 것 같다. 마음이 이렇게나 크게 바뀐거면 시작이 반인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