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미롭고 간절한 위픽
은모든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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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모든 작가의 책은 처음 읽는다. 이 책에 나오는 주인공들이 은모든 유니버스에서 온 유니버스라니 좀 더 읽어봐야겠다 싶다. 


위픽의 책을 처음 접했을 때, 이게 뭔가 싶었다. 도서관에서 처음 만났고, 너무나 잘 빠진 양장본 디자인에 단편 하나 길이가 완성된 책으로 도서관 서가에 꽂혀 있었다. 작고 얇은 시리즈의 책들이 새로운 건 아니다. 위픽 시리즈도 나온지 좀 되었고, 생각나는 시리즈만도 네다섯개 이상이 바로 떠오른다. 그 중에서도 위픽 책이 특히 더 짧은 단편들도 많고, 편집도 헐렁해서 적은 분량이 눈에 띄는 것 같다. 두꺼운 책들도 있지만 대부분 단편에서 중편 분량이고, 겉이 더 반지르해서 책값에 예민한 독자들의 버튼을 누르는 것 같기도 하다. 제일 많이 나오기도 했고. 


나는 몇 권 읽기 시작하면서 이 책의 미덕을 알게 되었고, 지금은 팬이 되었는데, 이미 이 책은 시리즈 중 몇몇 인기 있는 책들을 포함하여 기존 한국 소설 독자들의 굳건한 지지를 받고 있었다. 


책이 예쁘다. 디자인이 파격적이다. 나는 대부분 도서관에서 빌려보고 있어서 제목과 작가가 있는 책띠 없이 가장 인상적인 발췌 문장이 있는 표지를 보고, 책등의 작은 제목을 보고, 겉표지를 열어서 작가 이름을 확인하고 있다. 제목과 작가 이름이 잘 안 보임. 발췌 문장을 책 표지에 메인 디자인으로 과감하게 박았고. 


잘 몰랐던 작가들을 알게 되고, 잘 읽지 않던 한국 소설을 읽는 양이 확 늘어나고, 정말 다양한 이야기들이 있어서 다양하게 시도해보고 취향을 넓히거나 좁힐 수 있게 된다. 


책을 아주 많이 읽던 시절, 한국 소설만은 좀 거리를 둔 적이 있다. 너무 가까워서 구질구질한 느낌이라 그랬던 것 같다. 요즘 한국 소설들을 읽기 시작하면서 역시나 비슷한 느낌을 받는다. 근데, 어릴 때는 구질구질하다고 느꼈던 것들이 지금은 그 또한 어떤 한 부분임을 겪어 왔고, 알게 되고, 그런 솔직하다못해 적나라한 감정들과 상황들을 책에서 만나게 되고, 그와 같이 놓치고 지나가는 작은 소소한 부분들을 조명해서 보게 된다. 


은모든의 이 책이 그랬다. 

읽고 나니 크게 기억에 남거나 인상적인 것은 없지만, 춘천 이야기구나. 맛있는 닭갈비는 뒷 맛으로 생강향이 나고, 외지인들은 그 생강향을 카레맛이라고 생각하는구나. 이런 것들. 그리고, "별일 없는지 이제 서로 자주 좀 들여다보고 살자." 라는 표지의 말을 남겼다. 지난 시간들처럼 한 번 보자는 말로 이어질 수도 있겠고, 이제 자주 좀 들여다볼 수도 있는, 둘 중 어떤 것이어도 이상하지 않은 익숙한 이별의 말을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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