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으로 시원한 바람이 거실을 침입하여, 고흐의 그림을 보며, 다이 시지에의 <발자크와 바느질하는 중국소녀>를 읽고 있는 나를 간질- 하고 물러간다. 똥강아지는 하늘색 하트 쿠션위에서 잠을 청하고 있고, 똥고양이는 분홍색 캣타워 꼭대기에 한쪽 다리와 꼬리를 바깥으로 흘린채 늘어져있다. 그네들의 털과 나의 머리카락이 바람의 리듬에 맞추어 살짝살짝 흔들린다.
땅바닥을 응시하던 내 눈에는 흔들거리는 남포 불빛 밑에서 살겠다는 의욕에 떠밀려, 천천히 기어가는 불쌍한 개미 한 마리가 보였다.
우리가 돌아가려고 하자, '안경잡이'가 너덜너덜하게 낡은 얇은 책 한 권을 건네주었다. 발자크의 소설이었다.
누군가 내게 용징이 어떤 도시냐고 물어올 때마다 예외 없이 나는 내 친구 뤄가 하는 말로 대답한다. 도시가 어찌나 작은지 시청 식당에서 양파를 넣은 쇠고기 요리를 하면 온 도시 전체에 냄새가 퍼진다고.
"바-엘-짜-케-!"
늦은 점심이나 이른 저녁을 고민해야할 시간이다.

Vincent van Gogh 'Factories at Asnie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