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책 많이 안 사서 적립금 쌓일때마다 한 권씩, 두 권씩 사는 편인데, 이 책을 먼저 산 건 참 잘했다. 

이수지 <만질 수 있는 생각> 그림책을 몇 권 봤을 뿐인데, 글이 이렇게 재미있을지 몰랐고 (몇 장 안 읽음) 

책이 이렇게 멋질 줄 몰랐다. 근래 산 책들 중 가장 황홀한 물성을 지닌 북디자인이다. 

겉의 누드제본 뿐 아니라 안의 디자인도 작품 같다. 


글은 지금 이 페이퍼 쓰려고 후루룩 보는데, 아, 금사빠는 이수지 작가님이랑 사랑에 빠진다. 


대학 때, 서양학과 수업을 청강하는 디자인과 친구가 있었다. 나는 디자인과를 동경했다. 서양화과 실기실의 그림들은 갓 입학한 나에게는 '바닥없는 자의식 탐구파', '회화를 위한 회화 탐닉파', '나부끼는 투쟁의 깃발파', 그리고 앞의 세 가지가 그냥 무조건, 모두, 다, 싫은 '몸부림파', 대충 이렇게 나뉘는 것으로 보였다. 그렇지만 어디에 속하건 공통으로 쓸데없이 심각하고, 대책 없이 질척이는 특성을 가진 서양화과에 비해 옆 건물 디자인과는 얼마나 뽀송뽀송하고 명쾌해 보이던지. 우리 과에서 함께 질척이다가 문득 그게 싫어지면 디자인과 친구들 틈에 끼이거나 아니면 학생회관 옥상에 가서 장구를 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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