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일기
알베르토 망구엘 지음, 강수정 옮김 / 생각의나무 / 2006년 3월
평점 :
품절


알베르토 망구엘은 쉰세번째 생일을 맞은 어느 날, 과거에 읽었던 책들을 한달에 한 권씩 골라 다시 읽어보기로한다. '다른건 몰라도 해박한 독자라는 사실 하나만큼은 자부하기 때문에 책을 고르는것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다양한 분야의 책을 한달에 한권씩 선정했다뿐이지, 그 책과 관련된 책들과 그 책을 읽어내는 독자인 알베르토 망구엘의 일상에서 떠오르는 이야기들이 조화롭게 술술, 먹기 좋은 밥마냥 보기좋게 펼쳐진다.

저자는 '독서는 일종의 대화'라고 머리말에서 말하고 있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이와같이 책에 대한 책은 그야말로 독과도 같다. 독서는 연상이다. 그의 일기에서 이야기되어지는 많은 책들이 내 책장에서 끌려 나오고, 이야기되지 않은 연상된 다른 책들도 함께 끌려나온다. 책을 읽는 동안 미친듯이 바쁘게 수다를 떨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다행히 체할 염려는 없다.

프랑스의 작은 마을에 사는 그에게 '책'은 '일상'이고 '생활'이지만, 그 옆에는 친구도 있고, 고양이도 있다. 과수원도 있고, 좋은 이웃도 있다. 여행하면서 책을 읽고, 여행의 소회를 펼쳐놓고, 또 생각나는 책 이야기를 주섬주섬 꺼냈다가, 작가의 취미이자 특기인 '목록만들기' 놀이를 하는 등 읽고 싶은 책에 조바심칠 필요없이 가만가만 읽어나가면 된다.

다행히 대부분 아는 작가에, 이런 책치고는 반 정도나! 읽은 책이어서, 지루할틈이 없었다. 추리소설을 좋아하는 내게 특히나 재미있었던 부분은 당연히 코난 도일의 <네 사람의 서명>이었다. 첫장면과 마지막 장면이 셜록 홈즈가 코카인을 흡입하는 장면이었다는 것은 새삼스러웠다. 그레이엄 그린이 말하길 "오늘날 대중적 인기를 누리는 작가 중에 주인공을 별안간 마약 중독자로 만들어놓고도 독자들에게 항의를 받지 않을 사람이 있을까? 우리는 오직 한 방향으로만 관용적인 사회가 되었다,"

작가는 아르헨티나 출신이다. 아르헨티나 출신에 캐나다 국적을 가지고 파리에 산다. 그 전에는 유럽 여러국가들을 전전하며 살았다. 아르헨티나 출신 소설가들의 책을 읽어보면 간간히 볼 수 있는 우리나라와 비슷한 현대사에 대한 비판들도, 그리고 책의 후반으로 갈수록 세계사 기록될 또 하나의 전쟁(이라크 전쟁)이 시작되는 것에 대한 냉소도 종종 나온다.

이 책이 다른 책에 대한 책에 비해 사랑스러운 것은 작가의 통찰력이다. 위의 셜록홈즈 부분을 예로 들자면, 대표작품인 <네 사람의 서명>을 이야기하지만, 작가가 가지고 있는, 그리고 알고 있는 추리소설 전반에 대한 통찰과 함께 작가가 좋아하는 추리소설 목록 따위도 함께 쓰는 것이다. 이와와 같은 글을 보면 그저 책을 읽을 뿐인 나와 같은 독자는 '같은 책을 읽었으나...' 저 멀리 가 있는 저자에게 질투의 시선을 보낼 수 밖에 없다. 

책 읽는 내내 작가가 이야기하는 책들과 말들이 마음 구석구석 스며들었다. 좋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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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ika 2007-08-15 23: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보관함에.
책이 마구 땡기지만,,, 반 정도나! 읽은 책이 없을 것이라는 생각에 보류. 허헛~ ㅡ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