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르탱 파주 지음, 이상해 옮김, 발레리 해밀 그림 / 열림원 / 2007년 6월
평점 :
품절


'비는 세상이 잠시 정지되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들의 패스워드다.
비를 좋아한다고 말하는것, 그건 다름을 긍정하는 것이다.'



발레리 해밀의 상콤한 일러스트와 함께 찾아온 마르탱 파주의 '비'를 위한 소네트.
소수에 대한 애정을 보여주고, 유럽인 특유의(혹은 프랑스인 특유의) 씨니컬함으로 현대인을 위트있게 비판하는 글을 써 온 그가 이번에는 '비'에 대한 사랑 고백을 하기로 한다. 빠리지엥이 좋아하면 '비'는 그냥 하늘에서 떨어지는 물이 아니다. 

그가 찬양하고 사랑해 마지 않는 '비'는 낭만의 소품으로서만의 '비'가 아니다.
산성비는 현대의 꽃가루. 질산과 황산은 비에 두께와 향기를 부여해서 좋다고 하니, '비'와 사랑에 빠져도 이만저만 빠진게 아니다.

빠리지엥답게 그는 비를 와인에 비유한다.
'우리는 와인을 즐기는 법을 배우듯 비를 좋아하는 법을 배운다. 자신이, 자신의 취향이 다르다는 것을 보여주려는 듯 인상을 찌푸리며, 모든 지정한 사랑이 그렇듯, 그것은 발명, 성찰, 그리고 삶에 대한 어느 정도의 경험을 요구한다.'

잔치를 망치는 비. 국가적, 국제적,공적, 사적 잔치들이 비로 인해 망쳐지는 것조차 사랑한다. 그런 빗속에는 '혁명을 탄생시키는 원리가 녹아 있으며' 스포츠는 한층 흥미로워진다고 말하니, 비에 대한 예찬도 이쯤되면 중증이라 하겠다.

'비'를 좋아하는 그에게 '태양'은 폭군이다. 현대인은 태양을 사랑한다. 비는 왕따당하는 천덕꾸러기, 운동장 한구석에 우두커니 서 있는 외로운 아이, 주변에 소외되어 있다. 그는 다수가 싫어하기 때문에 비를 좋아한다. 이런, 반골 같으니라구. 그에게 있어서 태양은 '눈을 내리깔도록 강요하는, 늘 켜져 있는 플래시'에 다름 아니다.  

나역시 비를 사랑한다. 나의 비에 대한 사랑은 얼마만큼이냐고?
나는 '비'에 대한 미친 사랑으로 가득찬 이 책을 사랑한다. 이 책에 아무리 이해 안 가는 여백의 페이지들이 많더라도, 꿋꿋이.
 


댓글(3)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누에 2007-08-15 17: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즘 계속된 비에 좀 지쳐있었는데 이 책을 보며 위로를 해야겠네요. 휴 오늘은 습도 94%

나그네 2007-09-12 22: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서평이 기가 막히도록 좋네요.
꼭 한번 사서 봐야 겠어요. 감사감사

하이드 2007-09-12 22: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