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이 날듯말듯 뇌주름 어딘가가 간질간질한 그런 느낌.사실, 그것이 무엇이든 기억해낸다고 해서 대단한 것은 아닌데, 머릿속 한 곳에서 나를 잡고 놔주지를 않는다. 망각의 신의 아이러니한 자비아래 '잊었으나 기억해내고 싶은 것이 있었다'는 사실을 잊었다가도 또 문득 생각이 나면, 뒷골 어디메가 찌릿찌릿하다. 지금 내게 있어선, 벌써 며칠째 생각이 났다 안났다 하는 것은 얼마전 존 딕슨 카의 <화형법정>을 읽으면서 떠올랐던 것인데, 어느 책에선가, '어떤어떤 부류의' 여자들을 마녀로 몰아 죽였다. 는 얘기가 나온다. 여자 뿐만 아니라 남자도 죽였는데, 기억이 가물가물하지만, '그런' 이유로 해서 당시에 '무엇무엇을 하는' 여자들이 많이 죽었다. 는 것. 어떤 책에서 봤는지는 둘째치고, 어떤 여자들이 왜? 죽었었는지. 가 기억이 날듯말듯 안 난다. 학교 다닐때 시험시간에 세계사책 왼쪽 사진 옆 윗부분에 나와 있었는지까지 생각이 나는데, 결국 그 단어는 생각이 안나서 답답한 것과 비슷한 기분이다. 시험시간 끝나면 책 찾아볼 수 있지만, 끝나는 시간이 정해져있지 않은 지금은 생각날때까지 '그것이 뭐였더라?' 의 고민과 망각을 무한반복해야한다고 생각하니 갑갑- 하다.

그 마녀 생각을 잊고 있었다가, 오늘 낮에 또 떠오르게 된 계기는 다음과 같다.
샤토브리앙의 <무덤 저편의 회고록>에 대한 독서일기를 읽다가 문득 예전에 읽었던 책 중 이 책을 번역하는 사람이 나온 책이 있었는데, 뭐 였더라? 가 급궁금해져버렸다. 폴 오스터였나 싶다가, 아르투로 페레스 레베르테였나 싶다가, 생각하다가 어느새 잊고 책 읽다가 다시 또 문득 생각이 수면위로 떠올라 존 버거였나? 싶다가. 아, 이렇게 궁금한게 또 있었지, 하고 위의 마녀 얘기가 떠올라 버린거다.

마녀 얘기와 샤토브리앙의 얘기 사이에 또 위와 같이 어느 책에서 읽었던 어느 사실이 궁금했었는데, 그건 뭐였는지조차 까먹었다.

오늘은 하루 종일 비가 내린다. 뉴스에서는 심지어 '한국 기후 이제 장마 아니고 아열대성 우기로 들어섬'  이란 기사가 떴다. 속으로는 기상청놈들, 맨날 못 맞추더니 생각해 낸 핑계가 그럴싸하다. 했다. 어제 기사는 '장마인데도 열대야' 뭐 이런 헤드라인이였는데, 말대로 어제는 우산이 양산. 집 앞 수퍼에 두부사러 가는데, 비가 와서 우산을 썼는데, 햇살도 같이 떨어진다. 비도 가리고, 해도 가리고 일석이조일세-  예전에 사귀었던 누군가는 햇살속에 떨어지는 비를 '햇물'이라고 했었다. 해에서 떨어지는 물.

오늘은 아침부터 계속 흐린 비구름이 비를 뿌렸고, 얼마전 친구의 팬시한 오피스텔 17층에서는 들리지 않던 빗소리가 기분좋게 울렸다. 똥고양이와 똥강아지는 한껏 우다다 끝에 자리잡고 주무시는 중이다. 체중이 더 나가는 똥강아지가 먼저 뻗고, 그후로도 오랜동안 똥고양이는 어찌나 열씸히 우다다를 했는지, 뻗을 무렵에는 발바닥에 송글송글 땀이 맺혔다. 발바닥에 땀 난거 처음 본 집사는 뻗은 똥고양이가 깜짝 놀라 깰 정도로 괴성 지르며 귀엽다고 ㅈㄹ ㅂㄱ

덧붙임 : 비를 뚫고 알라딘 박스 두개를 들고 벨을 누른 택배 아저씨
노석미의 <스프링 고양이>를 가볍게 해치우고, 다른 박스에 담겨있던 색연필 책들을 보며 '내가 이걸 왜 샀지' 1초만에 머리를 쥐뜯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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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phistopheles 2007-08-14 21: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자 이제 하이드님은 색연필을 들고 우다다 끝에 뻗어버린 똥고양이의 자태를 그리는 겁니다..^^

하이드 2007-08-14 23: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벌써 몇개 그렸어요. 자꾸 보면,열심히 보면 심지어 말로같아요.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