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로드의 손톱 동서 미스터리 북스 72
얼 스탠리 가드너 지음, 박순녀 옮김 / 동서문화동판(동서문화사) / 200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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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탠리 가드너의 페리 메이슨은 변호사이다. 보통 변호사 아니고, 탐정을 부리는 '싸우는' 변호사.

그 때 여자는 얼굴을 들고 메이슨을 보았다.
"그렇다며 당신은 무슨 일을 하지요?"
메이슨은 내던지듯이 무섭게 대답했다.
"싸웁니다!"

그리고 또 하나 메이슨이라는 캐릭터를 완성하는 가장 큰 특징은 '의뢰인을 버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내 자신에 대한 의무지. 나는 돈으로 고용되는 투사야. 의뢰인을 위해 싸우는 게 일이지. 나에게 사건을 의뢰하는사람은 대부분 정직하지 못해. 그러니까 의뢰인이 되는 거지. 모두가 제가 파놓은 함정에 빠져서 괴로워하는 사람들이야. 그러한 사람들을 고통으로부터 건져내는 게 내 직업이야. 그러니까 의뢰인에게는 정직하게 대하지 않으면 안 돼. 저쪽이 나에게 정직하게 대해 주기를 기대하기는 어렵지만 말야."

정의로운 행동파 투사인 메이슨은 <비로드의 손톱>에서 의뢰인을 구하려다 살인누명까지 쓰고 기자, 형사, 탐정에게 쫓기는 몸이 된다. 의뢰인은 비로드 안에 손톱을 감춘듯한 요부 이바 글리핀이다.

사건에 기민하고 억울하게 대응하는 페리 메이슨과 그의 유능한 비서 델라 스트리트 콤비는 이 책을 읽는 가장 큰 재미 중 하나일 것이다. 이 작품에서의 델라는 꽤나 갈팡질팡하는 모습을 보여주어 페리 메이슨 시리즈의 안티를 양상할법도 하지만 말이다.

캐릭터라기 보다는 사건 진행을 설명하기 위한 수단인 여비서 델라라던가, 어린척 하며 입만 열면 거짓말인 이바 글리핀이라던가,  이 시리즈에 등장하는 여성들이 '이보다 더 한심할 수 없다' 인 것은 사실이지만, 정말 말그대로 술술 넘어가는 책이니, 가끔 불량식품 먹는 기분으로 읽어주고 싶을 때가 있는 것이다.

작가가 작품을 삼일만에 썼네, 사일만에 썼네 할때 독자의 반응은 '대단해!'이거나 '역시!' 둘 중 하나일텐데, 얼 스텐리 가드너가 사일만에 썼다는 이 작품에 대한 평가는 이 책을 읽는 독자에게 맞긴다.

이 책의 빼 놓을 수 없는 좋은 점은 책 뒷편에 '카가미'라는 (아마도 일본인) 평론가의 얼 스텐리 가드너론이 나와 있는 것인데,  이것이 꽤나 알차다. 그것을 읽고 얼 스텐리 가드너를 덜 미워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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