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헤리치의 말 - 삶이라는 축제를 연주하는 피아니스트 마음산책의 '말' 시리즈
마르타 아르헤리치.올리비에 벨라미 지음, 이세진 옮김 / 마음산책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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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시리즈는 인물에 따라 호불호가 강하게 갈리는 편이지만, 불호도 좋아한다. 아니, 불호를 좋아한다는 말은 이상하지만, 좋지 않아도 그 좋지 않은 이유조차도 좋게 만드는 그런 솔직함 혹은 하찮음 (이런거 하나도 안 궁금한데, 이런것까지 내가 알아야 해? 싶은) 도 다른 곳에서 읽기 힘든 것들이라 좋아한다. 워낙에 인물이 궁금하거나 좋아서 읽게 되는거니깐, 사소한 점을 읽는 것도 싫지 않은 것. 작품에서 알게 되거나 그 외 미디어에서 알게 되어 상상했던 모습과 다른 의외의 모습들을 알게 된다. 잘 아는 작가라고 생각했는데도 새로운 모습들을 볼 수 있으니, 이 시리즈의 호도 불호도 나에게는 다 남는 것이 있다. 


아르헤리치의 인터뷰와 그가 직접 쓴 단상들 (단상들 덕분에 더 알찬 책이었다) 

그처럼 재능 있고, 어릴적부터 영재로 인정 받고, 커리어를 노년까지 이어간 역사에 남을 예술가의 말들은 의외여서 기억에 오래 남을 것 같다. 


" 나는 나에게 정말로 관심이 없어요. 나 자신을 대단하게 생각하지 않아요. 남들의 일에 열광하고, 그게 행복해요. 평생 연주를 많이도 했는데 즐거웠던 적은 없어요. 이제 내가 관심 두는 일을 하기에도 시간이 많지 않고 독주는 내가 우선시하는 일이 아니죠. 난 이제 젊지 않아요. 나 좋은 대로 하고 살 권리가 있다고요. 사람들은 내가 괜히 그러는 거다. 애를 태우려고 그런다, 하지요. 절대 그렇지 않아요. (27) " 


중간에 피아노를 그만두게 되었을 때, 그래도 외국어를 여러 개 하니깐, 취업은 할 수 있겠지. 라는 글을 봤을 때 눈을 의심했다. 미국에 더 있고 싶었는데, 비자가 나오지 않아서 유럽으로 돌아갔다는 부분도. 


그가 싫어하거나 관심 없는 것들도 그가 좋아하는 것들과 바라는 것들도 의외였다. 


" 내 방식은 원래 늘 그래요. 그래서 과거의 업적으로 찬사를 듣거나 상을 받는 건 별로예요. 내가 지금까지 걸어온 길이 어떠어떠하다는 얘기도 별로고. 그건 다 지난 일이고 난 삶의 의미가 발견에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에요. ... 더는 ..... 삶이 남지 않은 그 순간까지, 항상. (58) " 


그가 음악가와 음악에 빠져 있는 모습들이 많이 나온다. 피아노 연주는 잘 모르지만, 이런 글들을 읽을 수 있다는 점에서 책이란건 정말 대단하구나 읽는 내내 생각했다. 


그가 생각하는 예술가는 아름다움을 찾는 사람, 시대정신을 표현하려고 하는 사람, 자기 시대를 좀 앞서가려고 하는 사람이다.예술적 수단으로 조금 더 앞으로 나아가려고 하는 사람. 


그가 이야기했던 자신의 모습과는 좀 다르지만, 그가 높게 평가하는 예술가들 (레너드 번스타인과 같은) 의 시대정신과 시대를 앞서 가고, 봉사 하고, 어린이들과 대중에 음악을 알리는 모습을 높게 사고 있다. 


자서전을 쓰기도 했다는 올리비에 벨라미라는 기자, 작가, 인터뷰어의 감정이 드러나는 글은 좀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그여서 아르헤리치에게 이런 말을 끌어냈다고 생각한다면, 넘어갈만 하다. 자서전도 번역되어 나와 있어서 빌리려다 그 옆에 있는 시모어 번스타인의 말들을 빌려왔다. (전자책으로 이미 있지만) 


아르헤리치의 말을 읽는 비오는 오전 내내 아르헤리치의 슈만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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