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애하는 숙녀 신사 여러분
유즈키 아사코 지음, 이정민 옮김 / 리드비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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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터>에 이어 읽게 된 유즈키 아사코의 소설집이다. <버터>는 여성 범죄자와 여성 기자를 주인공으로 내세우고 있는 꽤나 긴 분량의 장편이었다. 다양한 여성 캐릭터들을 볼 수 있어 무척 좋았고, 선과 악과 그 사이의 복잡함, 그리고, 그것들이 보는 것, 말하는 것에 따라 다양한 스펙트럼으로 보이는 것이 흥미로웠다. 이번 소설집도 기대하고 읽기 시작했고, 초반에는 너무 착한 이야기들인거 아닌가로 시작했다가 읽을수록 계속 너무 웃겼다. 웃기면 안되는데 웃겼고, 웃을 수 있는 사람과 왜 웃긴지 모르는 사람들로 나뉠 것 같다. 


<아기띠와 불륜 초밥>, <서 있으면 시아버지라도 이용해라> 에서는 <버터>에 나올법한 개성 강한 주인공들과 자연스럽게 그 옆에, 뒤에 서는 여자들, 그리고, 조신한 남자가 나온다. 


<키 작은 아저씨>에서는 소녀문학이라고 불리는 작품들, 하이디, 키다리 아저씨, 작은 아씨들, 빨간 머리 앤, 소공녀 등이 있는 전집이 중요한 소재로 나온다. 전집을 둘러싼 이야기들이 현대적이면서도 이상적이다. 작은 이야기들이 생각했던 것과 다르게 계속 작은 반전을 만들어내며 진행되고, 소녀는 변하지 않아도 된다.는 결론이 좋았다. 이 단편은 진짜 웃김. 이 이야기 뿐만 아니라 다른 이야기들도 다 이상적이다. '이게 이렇게 편한 거였어?' "여자의 할 일들"로 여겨졌던 일들의 굴레를 벗어난 여자들은 놀란다. 남자들은 그동안 이랬던 거야? 하면서. 같이 있게 해달라고 사정하며  "여자의 할 일들"로 여겨지는 일을 배우고, 익혀 잘하게 되는 "시아버지"의 존재는 어디서도 본 적도, 들은 적도 없다. 가사일을 잘 하는 남자들은 종종 있다. 근데, 여자들을 위해 그런 일들을 해주는 남자 얘기는 들어본 적도 없다. 그 반대의 경우가 디폴트이지. 


소설집의 처음과 끝단편에는 기구치 칸이 나온다. 문예춘추사를 만들고, 나오키상과 아쿠타카와상을 제정한 사람이라고 한다. 판타지처럼 나오기도 하고, 정말 판타지로 나오기도 한다. 아무튼 판타지. 


이건 계몽소설인가 싶은 마음도 중간중간 들었다. 이런 정도의 미러링, 소설가가 맘 먹고 보여주는 미러링은 엄청 재미있었다. <버터>와는 사뭇 다른 느낌이면서도 <버터>에 나올법한 등장인물들이 나온다.  유즈키 아사코만의 개성을 듬뿍 지닌 이야기들로 즐거웠고, 유즈키 아사코의 다음 작품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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