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리탑의 살인
치넨 미키토 지음, 김은모 옮김 / 리드비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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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넨 미키토의 '유리탑의 살인' 을 읽었다. 신본격 추리소설 작가들과 팬들의 평이 아주 좋았던 책이다. 550페이지가 넘는 분량이지만, 재미있게 읽었다. 근데, 재미만 있었다. 미스터리 장르 오타쿠, 아니, 마니아들이 모인 유리탑에서 벌어지는 클로즈드 서클 미스터리이다. 미스터리 소설을 많이 읽기는 했지만, 딱히 그 장르의 마니아가 아니라서 그런지, 소설을 읽을 때는 캐릭터의 감정이나 스토리의 의외성, 등등 뭐라도 의미를 찾고 싶은데, 등장인물들은 감정이라고는 없는 게임 캐릭터같이 사건과 사건에 휘둘리고 사건을 좇는 무개성으로 느껴졌다. 장르 클리셰가 극으로 표현된 그런 인물들. 분위기나 개성을 찾을 수 없었다. 

 

사건을 해결하는 명탐정 캐릭터의 비인간성을 작품의 일부로 봐야할까, 여기서 비인간성이란 인간이 어떻게 그래? 할 때 비인간이 아니라, 미연시 게임 캐릭터 같은 그런 비인간성이다. 인물의 '드라마틱한' 과거와 범죄를 저지르는 이유 같은 것들의 개연성이 단순하고 와닿지 않는다. 


그러니깐, 이 책은 그런걸 보라고 쓴 글이 아니라, 사건과 해결과 반전과 장르 클리셰인 인물들을 보고 즐기라는 책이다. 이전에 엔터테인먼트 소설이라는 책소개가 있는 책이 있었다. 그러고보니, 그것도 의사가 쓴 책이었다. 엔터테인먼트 소설을 표방했지만, 전문분야를 살려서 의료 관련 사회파 소설이었다. 이 책의 저자인 치넨 미키토도 의사이고, 주인공도 의사지만, 전문분야를 잘 살렸다는 느낌은 안든다. 미스터리 마니아였다면 (당연히 마니아겠지만) 그건 잘 살렸다. 


요즘은 예전같이 다 잡아서 읽는 것이 아니라, 좋다는 책들만 읽어보는데, 누가 좋다는 책이냐면, 미스터리 마니아 독자들이 좋다는 책들이다. 올해의 1위 같은거. 지난 번에 영매탐정 책 읽었다가 라노벨스러움에 대실망했고, 이번 책도 대실망까지는 아니라도 많은 생각이 든다. 내 취향이 변했나, 미스터리 커뮤니티가 변했나, 추천도서들을 보니, 남초 추천이라는 느낌이 팍 든다. 전혀 읽고 싶지 않은 카테고리, 남초 추천 1위. 그게 뭐든. 



".... 기뻐 보이는군. 이런 현장을 보고 웃다니, 정신줄이 몇 가닥 끊어진 거 아니야?"

카가미가 내뱉듯이 말하자 츠키요는 공손하게 머리를 숙였다. 

"칭찬해 주시다니 영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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