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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랑이를 덫에 가두면 - 2021 뉴베리상 대상 수상작 ㅣ 꿈꾸는돌 28
태 켈러 지음, 강나은 옮김 / 돌베개 / 2021년 4월
평점 :
요즘 뉴베리수상작들을 읽고 있다. 2021년 수상작은 할머니가 한국인인 태 켈러의 전래동화 이야기이다.
전래동화인 해님달님 모티브가 작품 내내 반복되고, 단군신화까지 연결되는 굉장히 멋있는 작품이다.
원서에는 grandma 가 아닌 Halmoni로 나오는 등 한국적인, 근데, 뭐랄까, 미국인이 본 '한국적'인 면이 없지 않은, 혹은 수십년 전에 미국으로 건너가 멈춘 그 당시의 문화라서 지금 여기서 보기에 낯설지도 모르는 그런 이야기들이 나온다.
용감한 자매와 엄마, 할머니가 작품의 중심 인물들이다.
할머니가 아파서 마지막을 함께 보내기 위해 엄마와 자매는 할머니가 사는 곳으로 가게 된다. 화자이자 동생인 나는 호랑이를 보게 되고, 할머니의 병을 낫게 하기 위해 호랑이를 잡기 위한 덫을 만든다.
할머니는 미신을 많이 믿는 사람으로 나온다. 나쁜 것들을 몰아내기 위한 쑥과 같은 약초, 쌀을 뿌린다던가, 부적이 되어 지켜주는 목걸이 등을 애용한다.
언니와 나는 할머니의 해님달님에 나오는 자매 이야기를 좋아했고, 그 이야기는 작품 속에서 각기 다른 결말로 처음부터 끝까지 계속 변주된다.
내 눈에만 보이는 호랑이는 할머니가 훔쳐갔던 이야기를 돌려주면 할머니를 치료해주겠다고 한다. 나는 이야기가 담긴 유리병을 하나씩 열면서 호랑이의 이야기를 듣는다. 할머니가 감추어왔던, 억눌러왔던 이야기, 숨겼던 이야기를 놔주는 과정은 끝까지 읽고 나면 먹먹하다.
"그래도요 할머니, 슬픈 이야기를 숨기는 건 안 좋은지도 몰라요. 말하지 않는다고 해서 그 일들이 일어나지 않은 게 되는건 아니니까요. 숨긴다고 해서 과거가 지워지는 것도 아니에요. 갇혀 있는 것뿐이지."
저자는 처음 할머니에게 듣던 해님달님 이야기를 모티브로 글을 쓰기 시작해서 하나씩 조각들을 찾아나간다.
저자는 한국의 건국 신화를 좀 더 파고들다가 문승숙이라는 저자가 쓴 '민족 공동체 만들기'라는 논문을 만난다.
"곰이 인간 여자로 변하는 내용에는 깊은 사회적 의미가 깔려 있는데, 그것은 바로 '고난과 시련을 인내함'으로 요약되는 여성다움이다."
이 논문을 보고, 마지막 조각을 찾아 저자는 이야기의 온전한 모습을 그리게 된다.
"곰이 한국 여성, 또는 고생과 말없는 인내가 핵심인 어떤 여성다움을 상징한다면 호랑이는?
고생을 거부한 대가로 추방을 당한 여자는?
그리고 그 여자가 다시 돌아온다면, 무슨 일이 일어날까?
그 여자는 무엇을 원할까? 그리고, 무슨 이야기를 들려줄까?"
우리 전래동화에는 호랑이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 이 책을 읽고 나면, 여성 저자에 의해 새로 쓰인 호랑이 이야기를 담게 될 것이다.
변색머그 이벤트가 처음은 아니지만, 이번 책과는 정말 잘 어울리고, 나타났다 사라지는 호랑이도 멋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