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을 기다리고 있어 스텔라 오디세이 트릴로지
김보영 지음 / 새파란상상(파란미디어)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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휘리님의 몽환적이고 아름다운 표지는 이 책의 첫인상이기도 하지만, 책을 다 읽고 나서 보면 여러가지 생각이 들게 한다.

시간과 공간을 뛰어넘는 사랑! 거창한 것 같지만, 결혼을 앞둔 평범한 남녀간의 사랑이다.
사람은 모두 각각 하나의 우주라는 말이 있다. 이 책에 정말 어울리는 말이다. 지구가 멸망하고, ‘당신을 기다리고’ 있다.

새로운 이야기는 없다. 이야기는 이야기인데, 김보영 작가의 글이 좋다.
얇은 책이고, 이야기가 끝나고, 작가의 말 후로도 아직 페이지가 많이 남아서 궁금해하며 마저 읽었다. 


이 이야기를 둘러싼 이야기가 멋져서, 작가의 말과 독자들의 말이 멋져서 눈물이 찔끔 났다. 작가는 글로 사람의 일생에 이처럼 중요한 일에 함께할 수 있어 좋다고 했다. 글과 글 바깥의 이야기가 이렇게 또 하나의 이야기로 완성되는 것을 보는 것은 각각은 흔한 이야기이지만, 굉장히 멋있게 흔한 이야기여서 감동받아 버렸다. 다시 읽으면서도 눈물 찔끔했다고.

다시 읽으니, 지구멸망이 더 다가온다.
지구멸망이다. 아니, 인간 멸망이고, 지구는 다시 살아나지. 늘 그랬던 것 처럼.
그리고, 이 아름답고 뻔한 이야기 속에

“내가 여기에 있어.
당신을 기다리고 있어.”



이제 알 것 같아. 그건 혼자 산 것이 아니었어. 난 한 번도 혼자 살았던 적이 없어. 누군가는 내가 내놓은 쓰레기를 치워 갔고 정화조를 비워 주었어. 발전소를 돌리고 전기선을 연결하고 가스를 점검하고 물통을 갈고 하수관을 청소했어. 어느 집에선가 면을 삶고 그릇에 담아 배달하고 다시 그릇을 가져가 닦았어. 나는 한 번도 혼자 살았던 적이 없어. 내가 무슨 수로 혼자 살 수 있단 말야?

그저 살아 있었다는 것만으로 나는 혼자가 아니었던 거야. - P50

왜 살았는지는 모르겠어. 하지만 생각해 보면 왜 죽으려 했는지도 모르겠더라. 아니, 더 생각해보니 사람은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죽는 거더라고. 그 도시처럼. 뭔가를 해야만 살 수 있는 거야. 의지를 갖고, 지치지 않고. - P60

하루를 살기 위해서는 하루가 다 필요해.
하루라도 정신을 놓으면 그 시간이 하염없이 늘어나. 하염없이 늘어나는 것을 통제할 수 없는 순간이 오면 생이 끝나리라는 예감을 해. - P79

나는 나이를 먹었어. 하루에 하루씩, 한 달에 한 달씩, 한 해에 한 살씩, 시간을 몸에 쌓으며 살았어. 그러니까 나는 당신에게 어울리는 사람이야. 10년 전보다 더 당신에게 어울리는 사람이 되었어. 몇백 년 전보다 더 괜찮은 사람이 되었어.
내일은 하루만큼 더 어울리는 사람이 될 거야. 내년에는 또 한 해만큼 그렇게 될거야. - P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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