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가 아쓰코 <소금 1톤의 독서> 읽는 중 


나탈리아 긴츠부르크의 <만초니가의 사람들> 이라는 책 이야기가 나온다. 이탈리아에서 친구들과 잘 살던 주세페가 친구도 옛애인도 이탈리아도 버리고 형이 있는 미국의 프린스턴에 가는 이야기. 서로 간의 편지글들이 많이 나온다.주세페가 미국으로 간 이듬해 1월 같이 살던 형이 뇌출혈로 강연 중에 급사하고, 주세페는 형의 부인과 형 부인의 전남편과의 딸을 건사하기 위해 미국에 남는다. 


'그런데서 이제 와 뭘 하고 있는 거니, 한시라도 빨리 돌아와. 당분간은 몬테 페르모에서 지내면 돼.' 옛애인인 루크레치아의 편지 


이탈리아의 친구들은 주세페가 어째서 돌아오지 않는지 이해 불가다. 주세페 자신도 왜 그런지 잘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듯하다. 


"그런데 선택하지 않는 듯하면서 주세페는 차근차근 선택하고 있다. 이것이 독자들의 마음속 깊은 곳에서 일종의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젊은 시절 우리는 모든 것에 대해 자신의 선택이 인생의 갈림길을 결정해나간다고 믿었다. 플라톤을 읽기도 했고 소설을 쓰려고 하는 주세페에게도 분명히 그런 시절이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인간은 어느 정도의 나이가 되면 자신의 선택에 대해 타인에게, 그 자신에게조차 설명하지 않게 된다. 설명하기에는 인생이 너무나 불합리하게 진행되고 있음을 진저리 날 정도로 깨닫기 때문이다. "  


작은 선택들을 하고, 그 선택들이 좋은 선택들이라고 믿는 요즘이다. 해보지 않았던 것들을 해보고 있고, 지금까지 내가 확신해 왔던 것들에 물음표를 띄우고 있다. 차근차근 선택하는 주세페가 갑자기 마음에 와닿아서 책 읽다 옮겨본다. 


루크레치아가 새로운 애인에게 차이고 쓴 편지에도 맘에 긁히는 말이 있다.


".. 내가 순식간에 못생기게 늙어버린 듯한 느낌이야. 머리카락은 부석부석 바지고 갑자기 주름은 늘고, 예전의 창백함은 사라지고 피부는 누레져버린 것 같아. 당신이 예전에 칭찬해준 그 '근사한 창백함'은 사라져버렸어... 이제 평생 당신을 못 만나는 건 아닐까, 때때로 그런 느낌이 들어. 그걸로 됐어. 이꼴이 된 나를 보지 않았으면 하니까. 그걸로 됐어. 이 세상에서 함께해서 지치지 않았던 이는 당신 하나뿐이었던 것 같아.." 



얼마전에 인터넷에 떠도는 MBTI 검사를 해봤는데 INTP가 나왔다. 그러고도 별 생각 없었는데, 어제 문득 생각이 나 검색해보니,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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