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책 앞에서 가장 솔직해진다 - 제인 오스틴부터 프로이트까지 책으로 위로받는 사람들
안드레아 게르크 지음, 배명자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19년 9월
평점 :
절판


어떤 효용을 가진, 실용적인 독서에 대해 생각한다. 그 중에 하나는 치료, 치유로서의 독서일 것이다. 

Lesen als Medizine , 원제는 '치유(약)로서의 독서'이다.


표지와 번역본의 새로 지은 제목 '우리는 책 앞에서 가장 솔직해진다' 이 상당히 멋있다. 

우리는 책 앞에서 가장 솔직해지기에, 독서로 치유받을 수 있다. 뭐, 그런 말일까. 


시몬 베유의 책과 이 책을 겹쳐 읽었다. 시몬 베유의 프리모 레비 평을 읽다가 1장부터 독일 여자의 프리모 레비 평, '번아웃일 때 만난 책' 으로서의 프리모 레비 책에 대한 평을 읽으니 시작부터 찜찜하긴 했지만, 


" 1943년 이탈리아 저항단체에 가잠했다가 체포되어 아우슈비츠강제수용소에 갇혔던 프리모 레비는 1958년에 감동적인 자전적 소설인 <이것이 인간인가?>를 출판했다. 레비는 잔혹할 정도로 날카롭고 객관적으로 강제수용소의 일상을 묘사한다. 기필코 살아남겠다는 인간의 생존 의지가 인간성을 어떻게 말살시켰는지 그리고 살아남기 위해 매일 싸워야 했고 서로를 극한으로 몰아넣던 수용자들 사이에 어떤 메커니즘이 작용했는지를 보여준다." 


내가 직전에 읽었던 홀로코스터 생존자인 시몬 베유의 프리모 레비 평도 옮겨둔다.


" 전후 초기 몇 년을 다룬 중요한 책들이 여러 권 나와 있다. 이 책들을 통해 모두가 사실을 이해하고 그 사실이 지니는 의미를 분석할 수 있어야 한다. 나는 관련된 책들을 많이 읽었다. 여기에 그것을 전부 인용할 수는 없지만, 그중에 프리모 레비의 <이것이 인간인가>가 있다. 나는 이 책이 1947년에 출간되자마자 무척 빠르게 읽고 이렇게 말했다. "어떻게 이런 책책을 이렇게 빠르게 쓸 수 있지?" 그가 남긴 업적은 내게 불가사의하게 남아 있다. 프리모 레비는 즉각적으로 완전한 명료함에 다다랐으나 이 명료함은 그를 자살로 몰고 갔다는 점에서 비극적이기도 했다." - 81p <나- 시몬 베유> - 


실존하는 사람과 비극을 다룰 때, 개인은 과거와 역사와 떨어져 있을 수 없다. 


저자가 무신경하거나 다른 어조를 취했어야 한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내가 읽는 타이밍이 좀 거시기했다. 


"근심을 다른 사람에게 털어놓는 것은 건강에 좋다. 말하기에는 치료 효과가 있다." 에리히 케스트너가 <마주보기> 서문에 적은 이야기라고 한다. 예술과 문학은 감정의 숨겨진 영역을 건드리고 억압된 감정을 의식하게 한다. 


지금 읽고 있는 책은 <김지은입니다> 이다. 서문부터 목이 콱콱 막히는데, 이런 말로 시작한다. 


"지난 2년간 많은 분이 함께해주셨지만, 지독히도 고독했다. 죽음을 고민하고 시도하던 그 여러 번의 좌절 속에서 나는 늘 혼자라고 느꼈다. 하지만 글을 쓰는 동안, 적어도 그 시간만큼은 외롭지 않았다. 종잇장 뒤에서 나를 묵묵히 지지해주는 누군가와 나긋이 대화를 나누는 기분이었다. 살아내겠다고 아등바등 지내온 시간들이 흰 종이 위의 활자로 변해가는 과정을 보며 위로받았다." 


읽기와 쓰기는 공통분모를 가진 채 닿아 있고, 말하고, 읽고, 쓸 줄 아는 인간은 그렇게, 읽고, 쓰며 더 나아지라 제 상처를 핥는다.  


"아이들이 재미 삼아 읽는 것처럼 읽지 마시오. 뭔가를 배우려는 야망으로 열심히 읽지도 마시오. 오로지 살기 위해 읽으십시오." - 몽테뉴가 어떻게 책을 읽느냐는 질문에 대답한 말 - 


니나 상코비치의 책도 나온다. 국내에도 번역된 그의 책은 1년 동안 매일 한 권의 책을 읽고, 리뷰를 하는 책이지만, 그녀가 1년의 독서마라톤을 하게 된 계기는 언니가 죽고, 그 상실감에 힘들어서였다. "그녀에게 책은 '삶으로 돌아가는 길'이었다. "나는 책에 잠겼다가 다시 온전한 사람이 되어 책 밖으로 나오고 싶었다." 


' 강남역 10번 출구' 이후, 많은 여자들이 페미니즘 책을 찾아 읽었다. 감정을 설명할, 표현할 언어를 찾기 위해. 그 또한 독서 치료이다. "창작과 독서는 고유한 언어를 발견하기 위한 하나의 도구일 수 있다." 


하나 불만은, 여기서 다뤄지는 책들이 거의 문학이다. 저자의 취향이라고 생각하고, 독서치료나 서평 에세이 들에서 종종 볼 수 있는 경향이기도 한데, 문학 올려치고, 자기계발서 깎아내리는거. 두 분야 다 많이 읽고, 문학분야를 더 많이 접하지만, 공감하기 어려운 정서. 


"베스트셀러 자기계발서들이 추천하는 잘 만들어진 행동 옵션은 지적 흥분을 일으킬 수는 있지만, 언제나 바깥에 머물 뿐 마음에 닿지 못한다. 반면 문학을 집중해서 읽는 것, 재미있게 책에 몰두하는 것은 지속적이며 활기찬 경험일 수 있다." 


아니거든요, 이 편협한 양반아.


이 책에서 만나서 반가운, 마침 내 책상 위에 있는 책 엘라 버트하우드와 수잔 엘더킨의 <소설 치료The Novel Cure> 

책 내용이 긴가민가 했는데, 원제 보니, 맞다. 번역본은 <소설이 필요할 때>로 출간되었다. 


내가 요즘 읽는 모든 읽기 책에 나오는 말, "글자가 뇌를 바꾼다" 


"우리가 힘들어하는 모든 일은 우리가 능숙하게 할 수 있는 일보다 더 많은 수고를 뇌에 요구한다. 그러므로 "시각적, 음운론적, 의미론적 정보의 상징을 만들고 그것을 재빨리 불러내는 데 특화되 영역을 뇌에 마련하여 능숙하게 읽을 수 있는 사람들보다 읽기 초보자는 더 넓은 뇌 영역을 동원해야 한다. 우리가 유창하게 읽을수록, 숙고나 감정을 위한 공간이 더 넓게 확보된다고 읽기를 연구한 미국 신경과학자 매리언 울프는 말한다. 만약 읽기 초보자들이 어렵게 해내는 독해 과정이 마침내 능숙해져서 거의 자동으로 진행되면, 뇌는 "매 순간 더 많은 은유적, 논리적, 유추적, 정서적 배경 정보와 경험지식을 통합하는 버법을 배운다. "그러면 뇌는 아주 빠르게 생각과 감정을 분리할 수 있고 "한없이 점점 완전해지는 사고 능력의 생리학적 토대를 마련한다. 읽기에서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없으리라." 


어릴 때 부모의 돌봄과 지지를 받지 못하거나, 더 나쁘게는 학대를 당하여 회복탄력성이 길러지지 않은 경우, 독서를 통해 회복탄력성을 높일 수 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이 책에서 가장 흥미로웠던 것은 11장 책읽기 벌칙의 효과 였다.


" 최고의 보안 시설을 자랑하는 브라질의 카탄두라스 교도소에는 자칭 '독서를 통한 해방'이라 부르는 제도가 있다. 이곳의 중범죄자들은 독서를 통해 형을 줄일 수 있다. 한 권당 4일씩 형량이 준다. 한 달간 책을 읽은 뒤, 정말로 책을 읽었고 내용을 이해했음을 면담과 독후감 형식으로 입증해야 한다." 


독서 치료를 넘어선 독서 교화!


드레스덴 소년사법보호원은 백권이 넘은 독서목록을 만들어서 범죄를 저지른 청소년들에게 독서형벌?!을 선고했다. 

드레스덴에서는 폭력, 마약, 인종차별, 중독, 성폭행 등을 주제로 하는 독서 면담이 1년에 70에서 100회까지 마련된다고 한다. 


자기만의 박스에서, 안전지대에서 벗어나기 어려울 때, 책은 가장 쉽게 잡고 나올 수 있는 동아줄이다. 

책은 살면서 겪는 많은 어려움의 해답으로 이끌어준다. 읽고, 변하고, 행동하는 것은  독자인 '내'가 하는 것이고, 그러다보니, 절대적으로 나만을 위한 맞춤이다. 혼자가 아니게 해 주는 가장 가까이 있는 친구이자 멘토이다. 우리는 책 앞에서 가장 솔직해질 수 있고, 책을 이읽으며, 좀 더 나은 삶을 위한 과정을 일구어 나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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