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손 가벼운 여행 쏜살 문고
토베 얀손 지음, 안미란 옮김 / 민음사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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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에서 가장 행복한 부분은 여행을 기다리는 부분이라고 한다. 즉흥적으로 떠나자. 하고 떠나는 여행도 있겠지만, 여행지를 정하고, 혼자 갈지, 누구와 함께 갈지를 정하고, 어떻게 갈지, 어디에 묵을지 등등을 계획하는 그 시간이 여행에서 가장 즐겁고 행복도가 높다고 하니, 주객전도인가 싶기도 하지만, 여행 가기 전의 설레임부터, '아, 집이다' 집에 돌아와 느끼는 편안함과 여행에 대한 여운과 적당한 미화까지도 다 여행이라고 한다면, 아니, 좀 더 넓혀서, 여행을 꿈꾸고, 여행의 이야기를 듣는 것도 여행의 한 부분이라고 한다면, 여행지에서의 시간만 여행이라고 하는 것이 외려 너무 박한 일이 될지도 모르겠다. 


무밍의 작가로 유명한 토베 얀손은 순수미술은 물론 무대미술, 연극, 시, 소설 다방면을 오가며 예술활동을 했다. 무밍도 그림책 한 두 권 읽은 정도이지만, 소설을 읽게 되었고, 무밍 작가란것은 잊고 읽는 것이 토베 얀손의 세계에 빠져드는데 도움 될 것이다. 쏜살문고에서 내 주는 여성문학 컬렉션 중에 한 권이라는 것을 염두에 두고 읽는 것도 좋겠다. 토베 얀손의 책으로는 이 단편집과 <여름의 향기> 두 권이 나와 있다.


첫 단편인 '편지 교환'은 작가의 경험이 녹아 있겠지만, 이 책이 에세이였던가 착각할만큼 실감나는 편지글들이었다. 작가의 팬인 일본인 소녀와의 편지 교환이다. 소녀가 보낸 하이쿠가 함께 안 실려서 계속 궁금했고, 돈을 모아 작가를 찾아가겠다는 소녀에게 작가는 책으로만 만나는게 좋다고 말해줘서, 내가 지금 좋아하는 작가의 북토크 하나를 기꺼이 포기했다고 한다. 책에 대한, 작가에 대한 순수한 사랑, 책과 함께 자라는 어린이. 책을 읽는 모두가 조금씩 경험하는 일이 아닌지. 꼭 만나고 싶은 작가들이 있었고, 지금은 다 놓고, 만나고 싶지 않다. 만나지 않는 것이 좋다고 생각하지만, 죽은 작가를 만나러 그리스의 섬까지 갔던 기억도 문득 떠오른다. 


'여름 손님'에선 얄미운 불청객이 나온다. 누구라도 싫어할 수 밖에 없는 미운말만 하며, 모두를 화나게 하는 재주를 지닌 소년과 방학동안 그 소년을 맞이한 가족의 이야기다. "벌어진 일은 받아들여야지" 가 모토인 바닷사람들. 


'낯선 도시'는 단편집 중에서도 짧은 분량의 이야기인데, 여운이 길다. 모자를 잃어버리고, 묵어야할 호텔 이름을 잃어버린 노인의 이야기. 더욱더 많은 변수가 있을 노년의 여행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표제작이기도 한 '두 손 가벼운 여행' 어떤 부류의 사람이 어떤 부류의 사람들을 모으는 이야기. 거기에서 벗어나 두 손 가벼운 여행을 하려고 했지만, 결국 자석처럼 사람들을 모으는 이야기. 나는 그 어떤 부류레도 속하지 않아서 그저 안쓰럽게 볼 뿐이지만, 그렇게 하는 것이 덜 힘들면, 그렇게 해야지 뭐. 


'갈매기들'은 징그러웠다. 


마지막 단편인 '온실'은 배경이 온실이고, 풀밭이어서 좀 좋다고 생각했다. 무뚝뚝해도, 소통하지 않아도 괜찮다. 

그렇게도 함께 또 따로 있을 수 있다. 온실도 있고, 꽃도 있고, 풀밭도 있고. 


종이책이냐, 전자책이냐. 계속 왔다갔다 하고, 결국 두 개 다 이용하지만, 종이책 중에서도 쏜살문고의 책을 읽는 경험은 좀 새롭다. 그 경험이 계속 신기한데, 아직 표현할 말을 꼭 집어낼 수가 없고, 계속 읽어야지. 쏜살문고 중에서도 '여성문학 컬렉션' 제가 많이 응원하고, 좋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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